▲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극심한 판매 부진을 보였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기업 현대·기아자동차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판매실적은 800만대 선마저 허무하게 무너졌다. 해외시장 판매확대는 녹록지 않고, 국내에서의 입지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좁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잇단 결함 논란 속에 소비자 신뢰가 추락하며 ‘품질경영’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788만266대.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판매 실적이다. 2015년보다 낮춰 잡은 목표(813만대)마저 근접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800만대도 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800만5152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800만대 시대를 연 바 있다. 2015년엔 비록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으나, 801만5745대로 자존심을 지켰다.

2015년이 제자리걸음이었다면, 지난해는 후퇴다. 거침없던 성장세를 돌아보면 더욱 무기력하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23.4%의 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2011년 600만대, 2012년 700만대 고지를 차례로 점령했다. 반면 지난해 성장률은 -1.7%다.

◇ 국내-해외 모두 ‘답답’

현대·기아차의 판매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그리고 수입차 브랜드의 거센 도전이 버거운 모습이다. 여전히 절반을 훌쩍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곤 있지만 하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국내 판매는 2015년보다 3.9%나 감소했다.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모두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비중이 훨씬 큰 해외 판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4년 685만4761대를 기록한 이후 2015년 677만4124대, 지난해 668만6624대로 2년 새 20만대가량 감소했다. 중국 등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시장의 불황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과거의 기세를 잃은 모습이다.

여기에 장기간 노사갈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점도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을 부채질했다.

▲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목표로 삼았던 813만대는 물론 800만대 판매도 달성하지 못했다. <시사위크>
◇ 품질경영 어디로… 소비자 신뢰는 ‘바닥’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은 바로 신뢰 추락이다. 잇단 결함 논란과 은폐·무마 의혹이 현대·기아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은 인터넷 클릭 몇 번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관련 게시물이나 댓글에는 ‘흉기차’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물론 모든 사안이 현대·기아차의 확실한 결함이거나 잘못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냉소적인 반응을 낳은 것이 현대·기아차라는 점도 분명 사실이다.

2013년 불거진 ‘수타페 논란’은 여전히 회자되는 대표적 사례다. 비가 오면 물이 새는 황당한 결함이었는데, 규정상 리콜 대상은 아니어서 더 큰 논란이 일었다.

굳이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엔 아예 내부고발이 나왔다. 현대차가 엔진결함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내부고발자를 해고했다. 또한 핸들 결함이 불거진 2015년, 리콜 대상을 축소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결함 논란을 넘어 은폐까지 맥락이 같다. 여기에 지난해 출시한 신형 그랜저는 시트 결함으로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현대·기아차가 강조해온 ‘품질경영’과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양적성장보단 질적성장에 집중하겠다”며 다시 한 번 품질과 신뢰를 강조한 바 있다.

▲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9%에 그친 반면, 나빠졌다는 응답은 45%에 달한다. <컨슈머인사이트>
현대·기아차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설문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산 및 수입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 지난달 발표했다. 먼저, 보유 중인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만족도에서 기아차는 34%, 현대차는 33%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르노삼성(54%), 한국지엠(50%), 쌍용차(40%)보다 못할 뿐 아니라, 수요 수입브랜드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해당 브랜드 이미지가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 결과, 현대차는 부정적으로 바뀐 브랜드 3위에 올랐다. 현대차보다 더 부정적으로 변한 브랜드는 배출가스 조작으로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 아우디다.

특히 현대차의 이미지가 가장 많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45%에 달했다. 2013년 24%에서 2014년 37%, 2015년 40%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차의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이와 관련,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왜 현대·기아차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지 그 이유가 중요하다”며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명하고 필요시 사과하기보단 숨기고 질질 끄는 태도가 많았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기아차에 대해 일종의 피해의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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