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울원전 본부 전경.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관리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한수원은 30년 넘게 전국 원전 16곳의 핵심 시설에 대한 검사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설계도면 확인 무시… 30년 넘게 ‘오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원자력발전소의 주요 시설 용접부위 등을 검사하면서 엉뚱한 곳에 진맥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한수원에 대해 과징금 7억4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을 부과 받은 곳은 전국의 가동원전 25곳 가운데 16곳이다. 원전별로 부과해야할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는 다음과 같다. ▲고리1~3호 4500만원 ▲한빛1·5·6호 4500만원 ▲한울1~6호 4500만원 ▲고리4 5000만원 ▲한빛2~4 5000만원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자로용기에 대한 ‘가동중 검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오류를 저질렀다. 원자로 핵심 시설의 용접부를 검사하면서 대상 부위가 아닌 다른 곳을 검사해 온 것이다. 가동중 검사란 안전관리 설비의 취약 정도를 평가하는 일종의 정기 검사로 10년 주기로 이뤄진다.

먼저 한수원은 2014년 고리4호기의 ‘원자로 용기’ 용접부를 검사하면서 오진을 범했다. 검사대상 용접부 17곳 가운데 2곳의 위치를 잘못 선정했다. ‘불을 지피는 가마’와 같은 원자로 용기는 핵분열 후 열이 발생하는 곳이다. 전체 원전으로 조사를 확대한 결과, 한빛2호기에도 같은 문제점이 적발됐다. 이는 원전 설계 도면을 확인하지 않은 데로 비롯된 과실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곳 뿐만이 아니었다. ‘제어봉구동장치’ 용접부에도 동일한 오류가 발견됐다. 제어봉이란 핵분열 연쇄 반응의 속도와 크기를 조절하는 자동제어 장치로, 원자로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제어봉을 감싸고 있는 원통형태의 외함이 바로 제어봉구동장치다.

▲ 과징금 세부내역을 나타낸 표.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로 용기와 달리, 제어봉구동장치 검사오류는 한 두 곳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국 16곳의 원전에서 오류가 확인됐다. 이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데서 빚어졌다. 1982년 6월 고리2호기에 대한 검사를 최초로 실시한 미국의 SWRI사가 검사를 잘못했고, 후발업체들은 전례를 답습했다.

다만 원안위는 지난해 이들 원전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결함이 발견되지 않는 등 건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솜방망이 처벌 논란… 원안위 “시설의 공익성 고려한 결정”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안위의 처벌 수위를 두고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운영정지까지 가능한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처벌 수준이 경미하다는 것이다. 1991년 8월 개정된 ‘운영허가의 취소 등’의 내용을 담은 원자력법령 제24조에 따르면 “(법령 위반시) 허가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사업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원안위는 “전력의 공익성과 시설의 건전성이 확인된 점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면서 “안전에 중요한 기기에 대한 검사가 소홀했던 점, 동일한 위반행위가 오랜기간 반복된 점과 사업자 규모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으로 부과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원안위의 발표는 지난해 이미 보도된 내용에서 과징금 결정이 내려졌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라며 "향후 철저한 안전관리로 재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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