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남의 피살로 차기 대선주자 선두를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보수 대안론으로 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미칠 영향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정남이 피살됐다. 북한의 1인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그는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이후 해외를 떠돌다 결국 말레이시아에서 죽음을 맞았다. 국내 언론은 발칵 뒤집혔다. 관심을 모은 것은 피살 배경이다. 상대적 열등감을 가진 김정은이 배후로 지목됐다. 실제 국정원은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내려진 ‘스탠딩 오더’로 밝혔다. 취소 주문이 있을 때까지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이었다는 것. 과거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살려달라는 서신을 발송한 사실까지 뒤늦게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치권도 후폭풍을 주시하고 있다.

◇ 범보수의 안보위기론 vs 문재인의 유능한 안보론

범여권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각각 “어떤 급박한 움직임이 있다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현존하는 패륜정권과 국경을 마주하는 만큼 준전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안보위기론’이다. 북한발 변수는 탄핵정국에서 입지가 줄어든 범여권에 호재와 다름없었다. 보수 유권자들의 결집은 물론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엿보였다.

▲ 국회 정보위원회가 북한 김정남 피살로 긴급 소집돼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안보 이슈가 부상하면서 여야의 진영 논리가 또다시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실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범여권 후보들은 ‘안보’ 문제를 부각시켰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사드 2~3개 포대를 국방예산으로 도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면서 “안보 전반이 위중한 시기에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안보관·대북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정치권이 사드 배치 논란을 마치고 조속히 배치를 추진할 수 있도록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핵무장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미칠 영향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보수의 대안으로 부상한 그는 현재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황교안 권한대행의 출마 결심이 쉽지 않다는 데 이견이 없으나, 북한발 변수에 따른 보수층의 결집이 그를 대선 레이스에 뛰게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범여권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지지율 순위 다툼에 포함됐다.

범여권에서 모처럼 활기를 띈 것과 달리 야권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취약점으로 지적받는 분야가 바로 안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12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강력 대응 기조를 밝힌 것도 안보 불안증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다시 김정남 피살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예비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지율 선두로 독주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김정남 피살과 관련 “정부가 하루빨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것이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선구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안보와 경제는 항상 대선 때마다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것. 도리어 “지금 여권은 경제도 안보도 철저하게 실패했고 무능하다”고 꼬집었다.

현재로선 여론의 관심도 안보보다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한솔 군의 안전이다. 우리 정부가 한솔 군의 신변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데 무게추가 쏠린다. 권력투쟁에서 밀린 김정남의 피살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얘기돼온 만큼 남북관계가 아닌 북한 내부 문제로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탄핵정국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어 단발성 이슈로 소멸할 것이란 분석이 더해졌다. 문재인 전 대표도 “경제위기 상황, 안보불안 상황 극복을 위해서도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