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지원(오른쪽) 대표가 주승용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입장 차이로 내홍을 겪고 있다.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배치 철회’ 당론을 두고 당내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16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논의를 하겠다. 내일은 하지 않겠다”며 “지금 현재는 우리가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 반대를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정부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만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주승용 원내대표가 17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재논의하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뒤바뀐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우리 국민의당은 안보가 보수라는 것을 자처해왔다. 때문에 북한 핵미사일을 포함해 어떤 도발이든 국민의당은 선제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상황이 변화되는 속에서 사드 배치 반대할 명분은 많이 약해졌다고 생각한다”고 해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쪽으로 당론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박 대표는 “주승용 원내대표가 사드 배치 얘기한 것은 조금 더 당내 의견들을 수렴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좀 신중하게 당내 논의를 해보자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화요일 사드배치에 대해서 (의총을 열어) 논의하자고 박 대표와 얘기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중국도 미사일 발사라든지 김정남 피살로 곤혹스러워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인해 사드 배치 반대 명분을 약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 여지를 남겼다.

정동영 의원은 ‘갈팡질팡’하는 당내 상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철회 당론을 정할 때와 (상황이) 본질적으로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때는 뭘 모르고 정했었느냐”며 “김정남 피살되고 나서 당론을 뒤집어야 한다면 그건 정말 웃음거리가 된다. 오락가락해선 안 된다”고 했다.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가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이미 합의한 내용을 고려하겠다”고 해 사드 배치 철회 당론 선회 필요성을 밝힌 것을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정 의원은 “사드는 사드 하나가 아니다. 사드 배치가 되면 곧바로 한일군사협력이 급가속되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인정해야 하고, 위안부 합의도 인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입장이 다 뒤집어지는 것”이라며 “대선 후보 선언한 분들 중에 정말 사드의 정치학에 대해 몇 시간이나 들여다보고 공부했는지 스스로 고백해 볼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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