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의원, 특정 회사 밀어주기 의혹 제기

▲ IBK기업은행 길거리점포.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IBK기업은행의 길거리점포 사업이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11년부터 부족한 점포수를 대체하기 위해 노후화된 공중전화 부스 2000대를 임차해 ATM 점포를 설치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현재까지 해당사업에 투입된 금액은 1684억원이며, 사업 진행 중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은 22억원을 제하면 손실액은 1662원에 이른다.

이 의원은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졸속으로 추진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업은 2011년 3월 기업은행 임부장급 회의에서 조준희 전 행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직후 당시 미래전략실 김성태 실장(현 부행장)의 직접 지시로 미래전략실에서 추진돼 단 3개월만인 2011년 6월, 기업은행은 KT링커스와 시범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2012년 1월 10년 기간의 2,000억원대 사업 계약이 이뤄졌다.

이 의원은 “2,000억원대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된 것도 문제지만, 사업 계약 내용 중 기업은행이 KT 링커스의 공중전화 부스 제작원가를 전액 지불하기로 한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길거리점포용 공중전화 부스는 KT의 로고와 공중전화가 들어가는 KT 링커스의 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계약 당시 부스 제작료 전액을 5년에 걸쳐 용역료에 포함시켜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심지어는 부스 운영을 5년 이내에 중단할 경우, 부스제작원가의 잔존가격을 기업은행이 전액 지불해야 사업을 철회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킨 걸로 밝혀졌다.

이 의원은 해당 사업을 놓고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했다. 바로 기업은행 길거리 점포 제악 업체인 큐브인사이트다. 큐브인사이트는 기업은행이 길거리점포 사업 계약을 체결한 2011년 6월에 설립된 회사다.

▲ 이학영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기업은행의 길거리점포 사업이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의혹을 제기됐다. <이학영 의원실 제공>
이 의원은 “기업은행이 큐브인사이트와 직접적으로 길거리점포 관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계약 과정에서 KT링커스, 큐브인사이트와 함께 계약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까지 KT 링커스에 지급된 용역료 945억원의 약 60%인 600억원 정도가 큐브인사이트에 지급됐다”고 전했다.

큐브인사이트 대표는 금융위 고위 관계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사왔다. 지난해에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13년부터 1년여 간 이 회사의 자문위원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 의원은 기업은행 노조 측의 주장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당시 부행장이던 김도진 행장은 금융위 전 현직 관계자들과 이득준 큐브인사이트 대표와 회동을 가졌다는 의혹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기업은행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한 바 있다.

이 의원은 “길거리점포 사업은 금융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누군가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에게 기업은행 길거리점포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도진 행장 취임 이후 기업은행은 길거리 점포 축소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은행 측은 “지난해부터 길거리점포는 줄어들고 있다”며  “지난해 노조가 제기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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