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심리 ‘문재인 보다 안희정이 안정적’

▲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지지층이 겹칠 것이라는 정치권 다수의 예측과는 다른 결과다. <데이터=한국갤럽>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20%를 돌파하며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말 5% 안팎에 머물렀던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은 두 달 사이 400% 이상 상승한 셈이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당내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상승흐름 속에서 이뤄낸 쾌거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1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는 지난주 대비 4%, 3% 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문 전 대표는 30%대 지지율을 다시 회복했고 안 지사는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하게 됐다. 긴 호흡으로 봤을 때에도 두 사람의 상승흐름은 분명히 감지된다. 지난해 12월 2주차와 비교해 문 전 대표는 13% 포인트 상승했고, 안 지사는 17% 포인트 올랐다.

특히 두 사람이 ‘노무현의 후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놀라운 결과다. 정권교체를 강조했던 문 전 대표의 약진은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효과로 쉽게 풀이된다. 반면 같은 ‘친노’로서 지지층이 겹칠 수 밖에 없는 안 지사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은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 문재인 전 대표는 20~40대 연령층 등 전통의 지지층에서, 안희정 지사는 50~60대 등 중도보수층에서 각각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한국갤럽>
원인은 충청결집과 우클릭 등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중도하차로 갈 곳 잃은 충청민심을 흡수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충청지역에서는 안 지사(34%)에 대한 선호도가 문 전 대표(24%)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중도보수층의 선호도다. 안 지사는 보수성향이 강한 50대(29%)와 60대(24%)에서 만큼은 문 전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보수진영 후보로 여겨지는 황교안 권한대행보다도 높은 지지율이다. 심지어 바른정당 지지층 다수는 유승민 의원(24%) 보다 안 지사(27%)를 더 선호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대연정’과 ‘사드 신중론’ 등을 제시하며 ‘우클릭’ 행보를 한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JTBC 썰전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어디서 왔는지 살펴보면, 예전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층에서 많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도보수층 이동의 원인에 대해서는 ‘대연정’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시민 작가는 “(논란이 있지만) 해석과 표현이 본의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다. 되치기를 각오하고 큰 기술을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상 삼자대결에서,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 보다 안정적으로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았다. <데이터=리얼미터>
전원책 변호사는 “호남과 샤이 보수를 비롯해 안정을 추구하는 분들이 (안 지사 지지로) 이동했다”며 “안보문제 등에서 안 지사가 보수 쪽이 얘기하는 주장에 동조를 많이 했다. 사드도 전 정부가 한 것을 다음정부에서 없던 일로 할 수 없다고 하니까 안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지율 상승의 효과를 본 만큼, 문 전 대표를 상대로 한 경선전략도 비슷한 방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 경선판도를 좌우할 호남지역은 반문정서가 적지 않아 공략할 틈이 많다. 안 지사 입장에서 블루오션인 50대 이상 호남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모아 중도보수층 결집에 성공한다면, 문 전 대표를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안 전 지사의 ‘본선 경쟁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고무적이다.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가상 삼자대결에서 안 지사는 황교안 권한대행,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상대로 여유 있게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 전 대표를 민주당 후보로 가정했을 때보다 소폭이지만 더 안정적인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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