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 전 자진사퇴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여의도 정가에 돌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모든 증인신문이 사실상 종결됐다. 남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출석 여부다.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출석여부가 확인되는 22일 이후 변론종결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출석여부와 상관없이 3월 초에는 선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지연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번 헌재 심리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 대리인단의 변론은 ‘시간끌기’에 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탄핵을 의결한 국회 소추위원단은 물론이고, 헌법재판소 역시 비슷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심리와 직접 관련 없는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한다거나, 변론기일 추가지정을 요청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일에는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당뇨 때문에 음식을 먹어야 겠다”며 점심시간 이후 변론을 요구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판사출신 박주민 의원은 “황당한 일”로 평가했다.

대통령 측의 ‘시간끌기’ 작전은 단순하지만,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단순하지 않다. 헌재의 탄핵심리가 늦어질 경우, 박 대통령은 특검과의 대면조사 및 구속을 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제시된다.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기간은 오는 28일 종료된다. 3월 이후 탄핵이 인용된다고 하면 특검의 수사는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헌재의 탄핵이 인용되고, 불소추특권이 없어진 상태에서 특검의 수사를 받는 것은 최악이다.

물론 검찰의 수사는 피할 수 없겠지만, 특검 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야권에서는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까지 예고했으나, 수사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헌재의 선고가 늦어질수록 탄핵기각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도 이점이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는 오는 3월 13일까지로, 이후 헌재는 7인체제가 된다. 헌법재판소 법에 따라 2명의 재판관만 탄핵에 반대하면, ‘탄핵기각’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명의 재판관 궐위가 추가로 발생하면 심리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심판 자체가 중지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설과 연관지어 대리인단의 지연전술을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헌재의 탄핵인용 전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초의 ‘파면’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굴욕을 피할 수 있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행조건은 역시 특검의 수사종료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특검의 수사를 받는 것만큼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여론의 빈축에도 불구하고 시간끌기로 일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다고 하더라도 그 법적 효과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탄핵심판의 징계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탄핵으로 인한 파면과 자진사퇴는 그 효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탄핵심리는 계속 돼야 한다는 반론이 있다. 분명한 것은 여야 정치권의 합의만 있다면 자진사퇴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징후는 곳곳에서 보인다. 갈수록 세를 불리는 태극기 집회가 정치적 합의를 압박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탄핵심리의 결과와 상관없이 ‘국론분열’이 예상되기 때문에 탄핵선고 전 합의점을 모색하자는 논지다. 21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법적 해결이 가져올 후유증을 우려하는 국민과 언론이 많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탄핵 심판 전 국민을 통합할 방법이 있는지 심사숙고 해주길 바라고 정치권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탄핵으로 가니까 매주 토요일마다 국론분열이 있다.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날짜도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4월이 얼마 안 남았다. 지금도 박 대통령 탄핵보다는 사임을 위해 정치적으로 타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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