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대한아토피협회에서 발급하는 ‘아토피 안심마크’가 사실상 효능을 인증하는 제도가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마크를 제품에 부착하고 판매에 활용한 업체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아토피 개선이나 예방효과가 없는데도, 업체들은 ‘아토피 안심마크’만 믿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며 “아토피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청호나이스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아기전용정수기에 ‘아토피 안심마크’를 부착했는데, 해당 마크가 사실상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잖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 ‘아토피 안심마크’ 아토피 질환방지·개선효과 검증 안 돼

▲ 대한아토피협회에서 발급하는 ‘아토피 안심마크’가 사실상 효능을 인증하는 제도가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마크를 제품에 부착하고 판매에 활용한 업체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아토피제품 추천으로,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며….”
대한아토피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활동 중 하나인 ‘인증활동’을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하고 있다. 인증활동은 △아토피제품 추천 △아토피 아카데미 운영 △추천제품 소개 및 중개 등의 사업으로 이뤄진다. 다양한 제품을 검증해 아토피에 안전한 제품으로 판단되면 ‘아토피 안심마크(KAA)’를 발급해주고 이를 아토피 환자들이나 가족들에게 추천하는 식이다. 쉽게 말해 대한아토피협회의 ‘아토피 안심마크’를 부착한 제품은 ‘아토피에 안전한 제품’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은 이 같은 내용과 조금 다르다. 각종 시험성적 및 시험과정 등을 토대로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아토피 안심마크’를 인증해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아토피 관련 성분이나 효능의 시험검사 항목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MBN에 따르면 대한아토피협회 측의 ‘아토피 안심마크’ 인증과정은 일반적인 제품 제조기준 등을 서류심사 해 아토피 유발 가능성은 없는지 정도를 판단하는 수준이다.

실제 <시사위크>가 취재한 결과, 대한아토피협회는 ‘아토피 안심마크’를 받고자 하는 기업들로부터 신청서를 비롯해 제품에 대한 각종 검증서류(공인기관 시험성적서) 등을 제출받아 자체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라는 것은 의학적 기준에 따라 아토피 예방 및 증상 개선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고 내부 운영세칙과 비교하는 수준이다. 대한아토피협회에서 인증해준다는 ‘아토피 안심마크’를 붙였다고 해서 아토피에 효능이 있다거나, 아토피에 ‘특화된’ 제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 MBN 보도에 따르면 대한아토피협회 측의 ‘아토피 안심마크’ 인증과정은 일반적인 제품 제조기준 등을 서류심사 해 아토피 유발 가능성은 없는지 정도를 판단하는 수준이다. < MBN 방송화면 캡처>
사실 아토피라는 피부질환은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환경적·심리적 요인 등 원인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들어 다양한 치료법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완치보다는 재발방지나 증상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의학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이 때문에 ‘아토피에 안전하다’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협회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토피 안심마크’는 아토피 환자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협회에서는 기업들이 제출한 성적서와, 해외사례를 기준으로 한 (아토피 기본적인 유해물질 및 안전성으로 구성된) 내부 운영세칙을 토대로 제품을 평가한다. 하지만 별도로 연구기관에 (아토피 성능 관련) 시험의뢰를 하거나 테스트를 하지는 않는다. 국내에 아직까지 그런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그러면서 “‘아토피 안심마크’가 아토피를 예방하거나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며 “아토피 발병요인이나 치료법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감히 이 제품을 써서 효과가 있다 치료가 된다고 감히 얘기할 수 없다. 정부에서조차 아토피 및 아토피 제품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본지 취재결과, 협회는 기업이 심사를 위해 제출한 ‘제품’을 아토피 환우들에게 제공해 직접 사용(체험)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아토피 환우들에게 해당 제품을 한 달 가량 사용하게끔 한 뒤 증상이 악화되지 않으면 제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아토피 개선효과 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아토피 환우들에게 사용하게 함으로써 되레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협회 측의 이 같은 ‘검증방식’은 사실상 ‘위험한 실험’이라는 지적이 많다.

◇ 청호나이스 ‘좋은 품질’ 강조하려다 된서리

현재 대한아토피협회로부터 ‘아토피 안심마크’를 획득한 업체는 수십여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물티슈, 화장품류, 정수기, 가습기 등 생활용품들이다. 일부 기업은 ‘아토피 안심마크’를 획득한 사실을 앞세워 “아토피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토피 안심마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해당 마크를 자사 제품에 부착한 기업들은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청호나이스의 경우엔 아기들을 타깃으로 한 ‘아기전용 정수기’에 아토피 안심마크를 부착해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곤혹스러워졌다. 지난해 1월 출시한 청호나이스 ‘아기전용 정수기(베이비스 워터 티니)’는 “아기에게 최고의 물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며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는 피부질환 아토피와 관련해서도 대한아토피협회의 아토피 안심마크까지 획득했다”고 홍보했다.

▲ 청호나이스의 경우엔 아기들을 타깃으로 한 ‘아기전용 정수기’에 아토피 안심마크를 부착해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곤혹스러워졌다.
물론 청호나이스의 해당 제품은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서 인증하는 KC마크의 47개 검사항목을 모두 통과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KC마크 47개 항목을 모두 통과한 정수기 업체는 청호나이스 아기전용 정수기가 유일하다. 정수기 자체의 품질은 훌륭하지만, 해당 정수기에서 공급되는 물이 아토피에 안전하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그럼에도 협회 측은 ‘아토피 안심마크’를 인증함으로써 아토피에 ‘특화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청호나이스 입장에선 제품의 우수성과, 보다 좋은 품질임을 강조하기 위해 ‘아토피 안심마크’를 추가로 획득했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청호나이스는 최근 시작한 침대 매트리스 렌탈 사업 관련해서도 ‘아토피 안심마크’를 획득했다. 회사 측은 “매트리스 원단은 민감한 아토피성 피부에 도움을 주는 친환경 닥나무를 사용해 대한아토피협회로부터 아토피 안심마크를 획득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아토피 안심마크’에 대해 신뢰했던 청호나이스 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당 (아기용 정수기)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정수 성능 등 모든 면에서 품질을 강화해 출시한 제품”이라며 “통상 제조업체들은 자사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협회나 기관을 통해 검증받고 싶어 한다. ‘아토피 안심마크’ 또한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고자 했던 것이다. 노력과 비용을 들였는데 협회 심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니 회사 입장에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토피 안심마크를 제거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소비자들은 아토피 개선 효과가 검증됐거나 아토피를 안심해도 되는 인증마크로 이해하는데,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입장이 곤란해졌다. 제품 자품 자체는 매우 훌륭함에도, ‘아토피 안심마크’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사제품까지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한편 대한아토피협회 측은 “‘아토피 안심마크’에 대해 신뢰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면 협회에서 시정을 통해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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