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권 주요 수장의 후임 인선이 속속 결정되고 있다. 세대교체를 통해 변화를 꾀한 곳도 있고, 기존 CEO의 재선임으로 안정을 택한 곳도 있다. 이제 안팎의 관심은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후임 인선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위기 속에서 깜짝 실적을 냄에 따라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으나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 빅베스 전략으로 흑자전환 '성공'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오는 4월 28일에 만료된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래 처음으로 임기를 완수하는 CEO가 될 전망이다. 앞서 신충식‧신동규‧임종룡 전 회장은 모두 조기 사퇴했다. 임 전 회장은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농협금융은 다음달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인선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후임에 대한 하마평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조선ㆍ해운 부실 여신에 따른 적자 위기 속에서 과감한 리스크 관리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초반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농협은행이 관련 업종 여신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을 쌓게 되면서 농협금융도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 이를 타개하기 위해 김 회장은 ‘빅베스(Big Bath) ’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잠재 손실을 특정 회계 연도에 몰아 한꺼번에 정리하는 회계기법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에만 1조7000억원대의 충당금을 쌓으며 부실을 털고 전사적으로 허리끈을 졸라맸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 2000억대 적자를 냈지만 하반기에는 ‘깜짝 반전’에 성공했다. 하반기 5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3210억원의 당기순이익 달성했다. 전년보다 20.2% 감소했으나 작년 대규모 충당금 적립 이슈를 감안하면 준수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2%(추정치)로 전년보다 0.95%포인트 개선됐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1111억원을 거뒀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6%로 전년 말보다 0.91%포인트 낮아졌다. 연체율도 전년 말보다 0.12%포인트 개선된 0.59%를 기록했다. 이처럼 위기 속에서 빛난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연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 농협중앙회發 ‘인사광풍’ 피할까

그러나 인사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농협금융 수장 인선에는 경영 실적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입김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에 있다 보니,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점차 인사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세대교체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 회장이 농협중앙회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연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은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이익 목표를 6500억원으로 세우고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과연 임기 연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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