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메트로가 시공사에 환수 이자를 부당 징수했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서울메트로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공사 현장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시공사에 기성금을 과다하게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특히 뒤늦게 실태를 파악하고 추가금을 환수했다가 되레 논란을 키웠다. 서울메트로의 탁상행정식 운영에 시민혈세만 줄줄이 새어나간다는 지적이다.

◇ 공사비로 ‘이자놀이?’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메트로의 부당 거래 실태를 밝혔다.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시공사들에 이자를 부당징수했다는 지적이다. 시공사에 기성금을 넉넉하게 지급한 후, 추가금을 돌려받을 때는 최대 19%의 이자를 붙이는 식으로 수익을 챙겼다.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시공사 31곳에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의 설치·보수 공사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메트로는 시공사에 기성금 22억원을 과도하게 지급했다. 총 공사비는 1019억원이었으나 착오로 1041억원을 지급한 것이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서울메트로는 초과 지급한 기성금을 돌려받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환수 이자까지 징수했다. 초과금 발생에 따른 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넘긴 셈이다. 환수 이자는 최소 4.5%에서 최대 19%까지 치솟았다. 사전 통보 및 법적 근거도 없이 이자를 부과해 ‘슈퍼갑질’이란 오명이 씌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성금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서울메트로의 책임임에도, 초과 기성금에 대해 환수이자 약 3억원을 부당하게 징수했다”며 “시공사들은 이미 공사한 부분에 대한 준공 대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서울메트로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서울메트로에 시정명령과 함께 1억2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서울메트로는 현재 민사 소송에 계류 중인 사안을 제외하고, 1억9000만원 가량을 자진시정 등을 통해 시공사에 반환한 상태다.

◇ 서류만 검토한 뒤 도장 ‘꽝’… 기강해이 심각

그러나 사안의 핵심을 다른 곳에 있었다. 서울메트로가 기성금을 지급하면서 정작 공사 진척상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금액을 지급한 점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시공사가 실제로 공사하지 않은 부분까지 부풀려서 애초에 기성금을 과다하게 청구했다”며 “이를 사전에 적발하지 못하고 지급을 결정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1차적인 책임은 시공사에 있다는 설명이다.

기성금은 공사의 진척정도에 따라 공사비를 중간 정산해 지급하는 제도다. 시공사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를 발주업체가 인정하면 지급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인 서울메트로는 산출 내역서의 타당성을 검토해 국민혈세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허위 산출 내역서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승인했다. 심지어 지급을 결정한 후 뒤늦게 문제를 깨달았으나, ‘뻥튀기’ 지급은 그대로 이뤄졌다. 확정 7일 이내 지급을 이행하지 않으면 연체이자를 물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이자부담을 피하기 위해 기성금을 주고 나중에 돈을 돌려받겠단 심산이다. 국민혈세를 비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실제 공사현장과 업체가 요구한 내역서가 서로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등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책임은 통감한다”며 “다만 일차적인 책임소재는 시공사에 있으며, 수익을 챙기려는 목적이 아닌 부당 지급된 금액을 그대로 돌려받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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