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은 적지 않다.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레이스 중도하차를 선언하자, 바로 김무성 고문의 ‘대선 불출마 번복’ 요구가 빗발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무성 고문의 결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불출마 번복의 최대 관건으로 봤던 ‘여론’이 움직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지지율이 나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김 고문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호각지세를 이루던 대권주자였다. 실제 <리얼미터>의 2016년 2월 마지막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김 고문의 지지율은 16.5%로 문재인 전 대표(19.6%)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였다. 오히려 2015년 조사에서는 김 고문이 문재인 전 대표를 상회하는 결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한 사람은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른 한 사람은 ‘백의종군’으로 운명이 나눠지게 됐다.
1년 사이 김 고문의 지지율을 하락하게 만든 사건은 있었다.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 책임, 친박과 비박의 공천갈등,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경쟁자의 부상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 같은 요인은 문재인 전 대표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김 고문의 지지율 회복이 안 되는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고문을 향한 여론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자유한국당의 오랜 당직자는 ‘정치본류와 지류’의 측면에서 설명했다. 김 고문이 몸담고 있는 바른정당이 보수의 ‘지류’가 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이유도 민주진영의 본류를 지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가정이지만, 김 고문이 분당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에 남아 있었다면,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해 다시 대권주자가 됐을 수도 있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홍준표 지사도 대선주자로 다시 올라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비슷한 취지에서 유시민 작가는 한 시사방송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을 없애고 대통합신당을 만든다고 해서 제가 반대를 했다. 그랬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찬성을 하고 (대통합신당으로) 가라고 하더라. (이유를 들어보니) 대통령에 도전하려면 본류를 벗어나면 안 된다. 옳든 그르든 큰 흐름을 타야 대통령 선거에 가는 거지 지류를 타면 절대로 대통령에 도전 못 한다. 억울하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큰 흐름을 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물론 바른정당 창당은 보수의 본류를 옮겨보려는 시도였다. 창당 초기 ‘진짜보수 가짜보수’ 논쟁에 불을 붙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거기다 보수진영 잠룡들이 대거 합류했고, 현역의원 30명이 창당에 동조하면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합류와 자유한국당 내 현역의원들의 추가합류가 있었다면 본류자체를 바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은 건재했고, 보수 본류를 바꾸려는 시도는 현재 어려운 상황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한 일간지 논설위원은 사석에서 “보수의 본류를 바꿔보려는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다. 김종필 고문, 이회창 전 총재, 박근혜 대통령 등 유력한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시도는 있었으나 결국 실패했다”며 “본류를 바꾸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지 일부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2016년 2월 22일부터 26일까지 조사해, 28일 발표된 리얼미터 정례조사다. 전국 유권자 2529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ARS 및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전체 응답률은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 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