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이 중국발 악재로 울상을 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롯데그룹이 중국발 악재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과 중국, 더 나아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역학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최근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롯데그룹이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문제, 특히 부지 문제는 지난해 국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정부의 일방적인 부지 발표에 당사자인 성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등장한 대안은 롯데그룹 소유의 골프장이었다. 기존에 낙점된 부지에 비해 여러모로 여건이 좋았다. 이에 정부는 롯데그룹 소유의 골프장을 새로운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하고, 협상 끝에 최종 확정했다.

국내에서의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문제는 중국이었다. 애초부터 우리의 사드 배치 추진에 반발하던 중국은 서서히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국 상품과 한국 콘텐츠, 심지어 한국 여행에 대해서도 금지령이 내려진 것이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모습이 된 롯데그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불매를 넘어 롯데그룹 중국홈페이지와 롯데면세점 홈페이지 등이 해킹 피해를 입었다.

또한 롯데그룹은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매년 ‘소비자의 날’에 기업 고발 프로그램이 방송되며,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온다. 우리나라 기업인 금호타이어와 미국의 애플도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중국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여온 롯데그룹 입장에선,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난감한 상황이다.

롯데그룹 오너일가는 지난해 대대적인 비리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때문에 롯데그룹은 정부의 사드 배치 부지 제공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처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내에서 악화된 기업 이미지가 더 나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륙의 반발’에 부딪혀 더 큰 악재를 맞게 됐다. 그렇다고 사드 부지 제공 결정을 철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빠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 또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의 강경대응에 우리 정부와 정치권 역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야를 더 넓히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가운데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가 미국과 중국 간의 기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 중국 시장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국가’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는 여론이 더욱 빠르고 매섭게 움직인다. 자존심이 강한 중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며 “이대로 간다면 롯데그룹은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당장 어떠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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