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급성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故) 황유미 씨의 10주기다. <반올림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많은 것이 변하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스마트폰 없는 세상에 살았고, 대통령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 역시 많다. 그것이 단골가게의 음식 맛 같은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갈망함에도 좀처럼 꿈쩍하지 않는 ‘적폐’ 또한 상당하다.

2007년 3월 6일.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이다. 이날, 20대 초반 꽃다운 나이의 한 여성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고(故) 황유미 씨의 이야기다.

◇ 10년의 세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고 황유미 씨는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방에서 태어난 그녀에게 ‘삼성’이란 이름의 직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일을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고 황유미 씨는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급성백혈병이었다. 얼마 후 그녀는 아버지의 택시 뒷자리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2007년, 그녀의 나이는 고작 스물 셋이었다.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궁금했다. 건강했던 딸이 왜 그런 병에 걸렸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났는지. 하지만 진실을 찾아 나선 황상기 씨 앞에는 거대한 벽이 드리워졌다. 한때 고 황유미 씨를 가슴 벅차게 했던 ‘삼성’이란 이름의 벽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삼성과의 싸움은 어느덧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그 사이 많은 것이 달라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직업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 황유미 씨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또 다른 피해자들과 힘을 모을 수 있게 됐고, 오랜 법적공방 끝에 산업재해를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황상기 씨와 반올림은 여전히 삼성 본사로 향하는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정작 근본적인 것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0년 동안 한결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조사를 통한 합당한 보상 및 재발방지다. 조정위원회가 마련되기도 했지만, 삼성과 반올림은 뜻을 모으지 못했다.

반올림은 고 황유미 씨의 10주기를 맞아 여러 추모 및 삼성 규탄 행사를 진행했으며, 6일엔 1만1,299명의 서명을 모아 삼성 측에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반면, 삼성 측은 “반올림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올림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해명했다.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양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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