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과 휴온스글로벌이 오는 1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뉴시스/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제약사 주주총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경영감시 역할을 담당할 사외이사의 ‘독립성’ 검증은 주총 단골이슈로 등장한다. 올해는 다수의 제약사가 법조계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내정해 선임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 제약업계, 검경 인사 잇따른 영입 “왜?”

올해 제약업계는 이사회를 법조계 출신 인사들로 채울 준비를 마쳤다. 1월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 LG화학은 정동민 변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오는 17일 주총에서 의결을 거쳐 안건이 가결될 경우 정 변호사는 사외이사에 선임된다.

‘예비 사외이사’ 정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법조계 잔뼈가 굵다. 대전지검 검사장과 서울서부지검 검사장을 지낸 ‘거물급’ 인사다. 2014년엔 바른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휴온스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도 경찰출신 탁병훈 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지난해 12월 경정으로 퇴직한 탁씨는 국무총리실 공직 복무관리실과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실을 거친 엘리트다.

JW생명과학, 대화제약 등도 법조계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JW생명과학은 박형철 법률사무소 담박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에 내정했다. 박 변호사는 대검찰청 공안2과장을 거쳐 부산고등검찰청 검사를 역임한 이력이 있다. 대화제약 사외이사로는 김종일 변호사가 선임될 예정이다.

제약사 사외이사는 전통적으로 회계 전공이나 의사출신, 공직인사들이 주류를 이뤘다. 제약업의 복잡한 생리를 꿰뚫고 있거나, 회계를 통한 경영감시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인사들이 사외이사 자리에 주로 선임된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사외이사 영입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검경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외부에서는 지난해 제약업계가 유독 약가 로비 및 리베이트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회사 내 법조계 라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위기위식이 업계 전반에 번진 탓에 검경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약가 비리 태풍에 사외이사 ‘바람막이?’

특히 업계는 법조계 유력 인사를 이사회 인사로 영입한 것이 최근의 압수수색 이슈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LG화학과 휴온스는 올해 1월 새해벽두부터 약가 관련 불법 로비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작년 12월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올해 1월2일에는 휴온스, 2일에는 LG생명과학을 차례로 압수수색했다. 이들 제약사가 의약품 보험급여 등재과정에서 심평원 관계자에 청탁을 한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불법 로비에 관련된 전 심평원 위원과현 상근위원을 각각 구속 및 불구속 기소했다. 금품을 받고 제약사에 신약 심사 정보 등을 제공한 정황이 사실로 밝혀졌다.

휴온스글로벌과 LG화학의 잇단 수사기관 출신 인사 영입 또한 최근 확대되는 검찰 수사와 관계가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수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 제도의 ‘중립성’은 훼손될 우려가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이전에도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한 이력이 있다”며 “법률 자문 및 감시체계를 위해 선임을 결정했고, 회사에 다방면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휴온스글로벌 관계자는 “최근 CP를 도입한 만큼, 법조계 인사의 자문을 구해 정도경영을 구축해나가려는 것”이라며 “약가 로비 이슈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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