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탄핵선고를 앞두고 경찰이 헌법재판소에 경비인력을 배치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정당들이 속속 대선 경선 룰을 확정하는 등 조기대선 채비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미 경선 룰에 대해 협상을 끝마친 민주당은 5월 9일 조기대선을 가정한 로드맵을 9일 확정했다. 민주당 선관위는 오는 11일부터 18일까지 2차 경선인단을 추가 모집하고, 방송사 합동토론회 일정도 잡았다. 27일부터는 호남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토론에 돌입하고 다음달 5일에는 대선후보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바른정당도 오는 28일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내용의 경선안을 9일 확정 발표했다. 13일부터 17일까지 후보자 신청을 받고, 19일에는 광주를 시작으로 4대 권역별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후보자는 4000명의 국민정책평가단과 3000여명의 당원선거인단의 투표로 결정된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안에 조기대선이 치러진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경선을 빨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바른정당은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직 총사퇴를 공언했다. 탄핵기각에 대한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의 의견차로 좀처럼 경선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조급하다. 탄핵인용 직후 대선판세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빠른 일정합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연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양보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이지 룰 잘 만든다고 대통령이 되겠느냐”며 “탄핵이 인용됐는데 국민의당은 아직 룰도 합의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거기에 굉장히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속정당인 자유한국당도 경선 등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조기대선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이미 원유철 전 원내대표, 이인제 전 최고위원, 안상수 의원 등이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2심 무죄판결을 받고 정치적 입지가 넓어진 홍준표 경남지사는, 전날 당 초선의원 32명과 회동한 데 이어 이날은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면담자리를 가졌다.

홍준표 지사는 “나라 전체가 혼란에 휩싸인데 대해서는 국민들한테 사과해야겠지만 좌파정부가 들어오는 것은 세계 추세에도 맞지 않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4강 지도자들의 성향과도 정 반대된다”며 “국민들이 우파정부를 불신했지만, 우파 전체를 불신한 게 아니고 박근혜 정부 불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상집 상주가 되기 위해 출마하지는 않겠다. 나라 운영할 자신이 서면 출마하겠다”고 대선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날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김종인 전 대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이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오찬을 갖고 탄핵심판 이후의 정치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오찬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 전 대표는 “헌재의 결정 이후 혼란스러울 것인데 우리나라 정치상황과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스스로 판단을 해보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살펴보면, 헌재의 탄핵선고가 인용될 것이라는 데 보다 무게가 실린다. 기각이 예상된다면, 조기대선과 관련된 행보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각결정이 나온다면 현 시점에서의 정치적 행보는 전혀 의미가 없다”며 “내심 인용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준비과정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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