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년 1분기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분기에는 상황 반전에 나설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에 낀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10년 만에 총 수주액 300억 달러 달성에 실패한 가운데, 정유년에도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어서다. 새해 첫 두 달 해외수주 총액은 전년 동기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다만 정부가 신시장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어, 2분기 부터는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전년비 수주액 63% 급감 왜?… '실속 없는 성장'

불안한 출발이다. 정유년 첫 두 달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새해 첫날부터 13일까지의 수주액은 29억7,271만 달러(약 3조4,099억원)에 머물렀다. 80억 달러 가량의 계약을 성사시켰던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려 63% 하락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유럽을 제외한 전 사업권이 크게 부진했다. 전통의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아시아(14억4,145만 달러)보다 적은 11억9,710만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태평양·북미 지역에서도 신시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780만 달러가 지난 두 달이라는 시간을 들여 얻은 결과의 전부다. 지난해 동기(10억5,993만 달러)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규모다.

나머지 아시아와 아프리카(3억2,891만 달러 ), 중남미(12억7,752만 달러 )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94만달러의 적자를 봤던 유럽 시장만이 흑자(8,399만 달러)로 전환하면서 선전했다.

해외시장에서의 초반 부진은 건설사들이 고수익이 보장되는 대형 공사 수주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수주액과는 달리, 실제 수주건수의 하락폭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올해 1~3월 초까지의 총 해외 수주건수는 132건으로 지난해(141건) 동기와 비교했을 때 6%의 감소율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해외에서 낭보가 전해지면서, 실적 반전의 기대감에 사로잡혔던 건설업계로서는 실속을 챙기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에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각각 캐나다와 미국에서 6,000억원에 이르는 수력발전댐과 석유화학 플랜트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몰렸었다”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내수를 진작 시키는 정책 가운데 하나로 국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만큼, 2분기부터는 굵직굵직한 수주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 국토부, 중남미 4개국 순방… 신시장 ‘포텐’ 터지나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해외수주 가뭄 해갈을 위한 긴급수급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김경환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수주사절단을 꾸려 중남미 4개국을 방문하고 귀국했다. 이 기간 사절단은 신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미국과 파나마,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현지 정부 고위급 인사와 만나 우리 기업들의 진출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파나마에서는 국제 기준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건설이행보증의 문턱을 크게 낮추고, 현지 메트로 3호선 사장에 우리 기업들의 우수한 기술력을 전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페루에서는 교통부 차관과 만나 수도 리마의 메트로 3호선 사전입찰 자격을 입증하며 경쟁 능력을 전달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엔 기업들 간 수주경쟁이 극심하다 보니 적자를 안으면서까지 실적에 매달렸다. 그러다보니 한해 전체 수주액이 600~700억달러까지 이르곤 했다”면서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상황은 저가수주를 피하고 고수익을 겨냥하는 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라는 측면이 있다. 정부도 각국 정부와의 꾸준한 대화로 이 같은 흐름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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