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방직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사진은 전북 전주 효자동 소재의 대한방직 공장.<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대한방직 오너가 3세인 설범 회장이 경영권 상실 위기에 처했다. 소액주주들이 설 회장의 부조리를 지적하며 새로운 경영진 후보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측도 반박자료를 통해 세를 결집 중이다. 60여년 역사의 대한방직에 새 주인이 들어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방직은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및 이사·감사의 승인 안건 등을 처리한다.

그 중 주목받는 부분은 이사 선임의 건이다. 현 경영진과 소액주주들이 서로 다른 후보를 내면서 표 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의 논리를 내세우며 우호지분을 모으고 있다.

◇ 소액주주 "설범 회장 배임행위에도 경영진 모르쇠"

먼저 소액주주들은 설범 회장이 불법행위로 회사에 피해를 입혔는데도, 경영진은 이를 묵과하고 있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설범 회장은 2009년 법원으로부터 배임행위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2005년 대한방직 소유의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상대회사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면서 15억원을 리베이트로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당시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설범 회장은 15억원을 회사에 반환하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았다"며 "하지만 실제 회사에 입금회계 처리된 사실이 없음을 재무제표와 임직원들의 증언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는 설범 회장이 차명주식을 보유했다는 사실과 맞물려 감사선임 의결권까지 침해했다는 의혹도 낳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감사선임에 대한 의결권은 주주 당 3%까지만 인정받는다. 설범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 조사에서 '경영권 유지를 위해 전현직 임직원들의 명의로 대한방직 지분 4.88%를 보유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소액주주들은 "설범회장이 임직원들 차명까지 동원해 경영권 방어 및 소수주주들의 권리인 감사선임권까지 침해했다"며 "새로운 이사의 선임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 사측 "소액주주 추천후보, 경영능력 없어"

반면 사측도 공시를 통해 해명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인물들의 결격사유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우선 설범 회장의 배임행위와 관련해선 "당시 관련 임원들은 현재 대부분 퇴직을 한 상태"라며 "설범 회장은 15억원을 이달 13일 회사로 입금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간 감사선임은 대부분 참석 주주전원의 동의로 결의됐고, 2012년 주총에선 감사선임 의결권을 갖는 지분에서 9.98%로 부결처리 되기도 했다"며 "감사선임권의 침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사측은 또 소액주주들이 내세운 이남석 후보의 경우 "과거 대한방직 대표로 재임한 2년간 당기순손실 231억원을 기록했고, 신규 투자한 해외사업서도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며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이 후보는)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면서는 다른 교수의 영문 논문을 유사하게 표절했다는 이유로 3개월 정직 처벌 받기도 했다"며 "회사의 도덕성이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은 그 외 ▲양재호 후보자의 경우 전직 경찰서장 시절 비위관련 보도를 이유로, ▲강기혁 후보자에 대해선 경영능력이 의심된다며 경영에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 소액주주 권리 찾을 수 있을까

대한방직은 1954년 설경동 전 대한전선그룹 회장이 설립한 우리나라 대표 섬유업체다. 설범 회장은 설경동 전 회장의 맏손자로, 1998년 아버지인 고(故) 설원식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른바 오너가 3세 경영인인 셈이다.

하지만 매출은 2001년 기준 2,733억원에서 재작년 2,443억원으로 줄었고, 203억원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0억원 적자전환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란은 이 같은 실적부진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 주주는 "복지부동하던 재벌3세 경영인과 시대적 변화를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흥미진진하고 멋진 한판승부"라는 해석도 내놨다.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