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음식 중 하나인 짜장면. 짜장면하면 곧장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아마 대부분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를 떠올릴 것이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끊여먹었던 라면.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짜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꼭 이 노랫말과 같진 않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짜장면에 얽힌 추억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졸업식날 가족과 함께 중식당에 가서 먹었던 짜장면, 이삿날 빠질 수 없는 짜장면, 대학교 잔디밭이나 과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먹던 짜장면 등등. 어쩌면 ‘추억’이란 말조차 너무 거창할 만큼, 짜장면은 우리 일상과 무척 가까운 음식이다.

그런데 최근 짜장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화제에 오른 인물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지난 1월 12일 피의자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점심으로 도시락, 저녁으로 짜장면을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누군가 점심 또는 저녁으로 짜장면을 먹었다고 하면, 그저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달랐다. 많은 언론이 이재용 부회장의 식사 메뉴를 보도했고, 네티즌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연관검색어에 짜장면이 등장하고, “배달원이 짜장면을 비벼줬다”는 신빙성 없는 루머까지 돌 정도였다

뿐만 아니다. 최근엔 좀 더 상세한 뒷이야기도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탕수육을 거절하고 짜장면을 먹었다는 것이다. 탕수육을 거절한 이유는 “수감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짜장면은 왜 이처럼 유독 많은 관심을 받을까. 우리에겐 너무나 친숙한 음식이지만, 이재용 부회장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짜장면 이상으로 서민에게 친숙한 음식인 라면을 잠시 꺼내보고자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결혼 및 이혼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임우재 씨. 그는 이혼소송 1심 패소 이후 밝힌 항소 이유를 통해 아들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전한 바 있다.

그는 “면접교섭권이 허락된 뒤에야 단둘이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아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라면을 먹어보고 일반인들이 얼마나 라면을 좋아하는지 알았고, 리조트 내 오락시설엔 누가 가고 아빠와 용평리조트에서의 오락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도 느꼈으며, 떡볶이, 오뎅, 순대가 누구나 먹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임우재 씨, 그리고 이부진 사장의 아들은 9살이었다. 처음으로 라면을 먹은 나이라고 한다. 재벌가 담장 속 사람들이 일반 서민들과 얼마나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이야기였다.

9살에 처음 라면을 먹은 아이를 조카로 둔 이재용 부회장은 오죽했을까. 어쩌면 짜장면이란 음식을 처음 접한 것은 아닐까. 최소한 랩에 싸여져 배달 온 짜장면은 태어나 처음 마주하지 않았을까.

비록 사소한 짜장면이지만, 이는 이재용 부회장과 대다수 사람들 간의 괴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생각으로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상식과 정의의 선마저 넘어서고 말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경험이 부디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다른 사람들의 삶을 알고, 또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 자신의 승계만 바라보며 불법을 저지르다 구속되는 일을 다시 겪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왜 이토록 분노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바랐는지 알 것이다. 또 그래야 더 좋은 삼성, 더 건강한 삼성을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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