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에 이어 구속될 위기에 놓이면서 그간 소원하게 지냈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박지만 EG 회장과 관계가 회복 중인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눈물의 재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들였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4년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이후 박지만 회장과 올케 서향희 변호사를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할 만큼 거리를 뒀다. 친인척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혈연마저 끊고 지냈지만, 게이트를 막진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일 법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했다. 박지만 회장을 만난 직후였다.

◇ 눈시울 붉힌 박지만, 측근 통해 ‘돕겠다’ 의사 전달

박지만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 문을 나서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법원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가도 젖었다. 친박계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박지만 회장 부부와 함께 삼성동 자택을 찾은 뒤 기자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담담하게 말씀하시는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신 것 같다”면서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해서 참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영장심사 결과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하지 못하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배웅을 마친 박지만 회장은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에 참배하는 것으로 착잡한 마음을 달랬다. 한때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고 한탄할 만큼 최태민-최순실 부녀에게 휘둘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만이 상당했지만, 피는 역시 물보다 진했다. 박지만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이후 지인들에게 “창피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토로했으나, 탄핵심판 선고일이 가까워오자 “누나의 안전이 가장 걱정”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낸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에는 살림살이까지 걱정했다. 실제 박지만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게 사실이지만 누나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장남 세현 군이 고모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첫 조카인 세현 군을 각별하게 생각해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설 당시 ‘보물 1호’로 세현 군을 꼽았을 정도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발하기 전 동생 박지만 회장과 올케 서향희 변호사를 만났다. 4년 만의 재회였다. <뉴시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지만 회장의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자신의 사생활을 챙겨준 최순실 씨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은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인연이 끊어졌다. 따라서 삼성동 자택에 장기 칩거에 들어가거나 구속될 경우 가족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로 경호·경비 이외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든 예우를 받지 못한다. 이와 관련, 박지만 회장이 “이번 기회에 최순실과 인연이 확실히 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 “박근령,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워해”

때문에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는 1982년 풍산그룹 창업주의 장남과 결혼하기 전까지 언니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 역할을 해왔다. 박근령 전 이사장이 결혼을 하자 “최태민 일가에서 재무를 맡아보기 시작했다”는 게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주장이다. 최태민 일가의 횡포에 박근령 전 이사장은 박지만 회장과 함께 1990년 8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 “언니와 저희를 최태민의 손아귀에서 건져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배웅길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남편 신동욱 총재가 삼성동 자택 인근을 배회했다. 신동욱 총재는 취재진에게 “아내도 오고 싶어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직 찾지 않으니 (올 수 없었다)”면서 “아내는 집에서 조용히 기도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호원을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과 함께 “아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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