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대구경북강원 경선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안철수 예비후보와 국민의당에 웃음꽃이 폈다. 국민의당 대선경선이 예상치를 웃도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예비후보 입장에서는 경선흥행과 동시에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지난 25일 광주·전남·제주 경선이 그 시작점이 됐다. 선거인 명부 없이 신분증을 지참하면 누구나 투표가 가능한 국민의당 경선에 9만2,823명의 유권자가 참여했다. 200만 선거인단을 자랑하는 민주당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흥행임은 분명했다. 28일 열린 부산·울산·경남 경선은 취약지역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은 1만여명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예측했고, 1만180명의 유권자가 투표해 목표치를 달성했다.

◇ 예상치 못한 TK 경선흥행에 국민의당 ‘고무’

국민의당이 가장 고무된 것은 30일 진행된 대구·경북·강원 경선이었다. 대구경북과 강원은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5,000명만 넘어도 성공적이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목표치를 크게 상회한 1만1,333명이 경선에 참여해 정치권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 지역에 당 조직이 부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발적 참여가 대부분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날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박지원 대표는 “국민의당 완전국민경선이 연속 4번째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렸다. 우리가 국민들로부터 기대를 받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박지원 대표는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쳐드는 순간 진다. 겸손하게 국민을 하늘처럼 모시며 노력하자”고 표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 측은 더욱 흥이 났다. 국민의당 경선이 흥행하는 것과 더불어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호남지역 64.6%를 포함해 누계 72.41%의 득표율로 사실상 본선행을 예약했다.

무엇보다 경선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이날 발표된 R&R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 지지율은 25.7%로 문재인 민주당 예비후보(36.8%)의 뒤를 추격하는 모양새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문재인 후보 41.7%, 안 후보 39.3%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문진영이 안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문 후보를 상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국민의당 경선 컨벤션 효과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후보와 가상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리서치앤리서치, 동아일보>
◇ 민주당의 견제 “비좁은 초가삼간에 손님 좀 찼다고…”

안 후보의 부상을 두고 2002년 민주당 경선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노무현 후보는 호남경선에서의 돌풍을 시작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영남출신 후보가 호남에서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은 컸다. 같은 맥락에서, 호남기반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TK에서 높은 지지율을 올렸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R&R 대구지역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25.2%의 지지율로 홍준표 후보(22.4%)나 문재인 후보(15.8%) 보다 높았다.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내심 견제하는 모습이다. 추미애 대표는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의도적으로 국민의당 띄우기는 사실과 달라 좀 지나치다고 생각된다”며 “단순 참여자 숫자를 비교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36만 명 이상이고, 국민의당은 겨우 11만 명이다.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많은 선거인단이 있는 수도권으로 올라올수록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효은 부대변인은 국민의당을 향해 “비좁은 초가삼간에 손님 좀 찼다고 으스대지 말라”고도 했다.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정청래 전 의원은 “단일화된 안철수 후보는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다. 실존 인물과 가상인물의 대결은 이뤄질 수 없다”며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체급이 다르다. 국가대표와 유소년 축구 차이라고 보는데, 자꾸 견주어 보면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는 <동아일보>의 의뢰로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전국 남녀 유권자 1,000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전체응답률은 13.6%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