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9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는 반문연대를 겨냥해 “저와 민주당은 국민과 연대하겠다”면서 “반드시 정권교체의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더문캠 제공>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변은 없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9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는 3일 권역별 순회경선의 마지막 장소인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214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경선 참여로 정권교체 희망이 더욱 단단해졌다”면서 “반드시 정권교체의 문을 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노렸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문재인 전 대표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확고해진 순간이다.

◇ “문재인 막는 길이라면 동참할 수밖에”

이에 대한 상대 진영의 셈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대세론에 끌려가는 현재의 대선 흐름을 깨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실제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자 가상대결에서 안철수(22.7%)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홍준표(10.2%) 경남도지사, 유승민(3.9%)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3.9%) 정의당 대표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문재인(43.0%) 전 대표를 앞서지 못했다.

안철수(26.3%) 전 대표와 홍준표(11.9%) 경남지사를 포함한 3자 가상대결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해당 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46.1%의 지지율을 얻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7.9%p 이상 높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문재인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한 비문 진영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대 가능성을 둘러싼 각 캠프의 고민이 적지 않다. <뉴시스>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선 ‘반문재인’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어떤 구도로도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길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굳이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다른 당과 손을 잡아야 하느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뿐만 아니다. 경선을 거쳐 선출된 당의 후보가 완주를 포기할 경우, 사실상 그 정치세력은 사망선고를 자초한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여론의 분위기도 부정적이다. 반문연대가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선 명분 없는 연대라는 지적에서다. 문재인 전 대표가 파고든 약점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자신을 겨냥한 반문연대에 대해 “정권교체를 겁내고 문재인을 두려워하는 적폐연대에 불과하다”면서 “어떤 연대도 두렵지 않다. 저와 우리당의 뒤에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을 방패로 삼은 문재인 전 대표의 승리로 평가한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선 반문연대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는 “반문연대를 해서 문재인 대세론을 기정사실화하고 붙는 게임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까 생각해봐야 한다”면서도 “그렇게 하는 게 좌파정부 출현을 막는 길이라면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 역시 후보 단일화에 대한 원점 재검토 의사를 밝혔으나 “문재인과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며 일대일 구도를 기대했다.

◇ 이탈된 안희정·이재명 지지층 향방 주목

관건은 안철수 전 대표의 의지다. 자강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연대를 위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박지원 대표도 “반문연대 구도를 가지고 문재인과 대결하려고 하면 그 자체가 패배주의”라면서 “박근혜 부패 세력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실상 연대 반대다. 다만 변수는 있다. 바로 지지율이다. 한때 안철수 전 대표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금 단계에선 연대나 후보 단일화를 장담하기 어렵지만 독자적인 힘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꺾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일까. 각 캠프에선 민주당 대선후보로 문재인 전 대표가 확정된 3일 이후의 지지율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경쟁 대상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층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안희정 충남지사를 선호했던 중도층은 비문연대 측의 후보를 지지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지지층이 얼마나 빠지느냐에 따라 비문연대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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