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웅제약 본사.<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작년, 판권 회수의 쓴맛을 봤던 대웅제약이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수년 간 동고동락해오던 대형 간판상품이 사라진 빈자리를 복제약으로 채우고 있다. 국내에 이어 해외시장도 출시를 검토하며 오리지널 상품과의 한판승을 예고했다.

◇ 판권 회수 ‘공백’ 복제약으로 ‘만회’

대웅제약의 2016년은 그야말로 허탈했다. ‘캐시카우’를 담당하던 6개 대형 도입품목의 판권이 일제히 경쟁사로 넘어갔다. ‘글리아티린’ ‘자누비아’ ‘바이토린’ ‘아토젯’ 등 연간 매출액 합산 2,000억원이 넘는 굵직한 수입약을 놓치면서 매출 하락이 불가피했다.

간판상품의 빈자리는 곧장 실적으로 나타났다. 작년 별도기준 영업이익 354억원, 당기순이익 302억원으로 각각 35.7%, 38.6%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매출은 7,940억원으로 0.81%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LG화학의 당뇨병치료제 도입상품 판매를 맡으며 타격을 최소화한 탓이다.

올해 대웅제약의 경영전략은 ‘위기극복’에 맞춰졌다. 상품매출 비중을 낮추고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자생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그 첫 걸음은 ‘제네릭(복제약)’ 출시다. 원조약의 대항마인 복제약을 출시하고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첫 타자로 나선 것은 종근당에 판권이 넘어간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이다.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이 도입약은 대웅제약이 지난 15년 동안 국내 판매를 도맡았다. 대웅제약에는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가져다주던 효자 품목이었다.

대웅제약은 판권회수 이후 관계사인 대웅바이오를 통해 동일성분의 제네릭 품목 ‘글리아타민’을 출시해 반격에 나섰다. 복제약 글리아타민은 지난해 원외처방액 344억원을 기록했다. 종근당으로 넘어간 글리아티린의 269억원을 앞질렀다. 다년간의 판매경험으로 다져진 대웅제약의 영업력이 바탕에 자리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시장에서 승리를 맛본 대웅제약은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글리아티린의 주요 성분인 콜린알포세레이트를 기반으로 한 복제약 ‘글리아스타연질캡슐’의 허가를 받았다. 해당 제품은 해외시장 진출용이다. 국내는 글리아타민, 국외는 글리아스타연질캡슐로 나눠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 상품판매 낮추고, R&D 투자 높이고

대웅제약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글리아스타연질캡슐 제네릭 허가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은 해외 출시를 염두에 두고 내부 논의를 거치는 단계이며, 출시국가 및 일정 등 구체화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수입약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대웅제약은 판권을 잃고 R&D 투자에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간 약점으로 꼽히던 ‘상품판매’ 비중을 낮추고 신약개발 비중을 늘려 제약사로서의 자생력을 강화하겠다는 시도다.

작년 대웅제약은 지난해 16건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국내 제약사 중 의약품 임상시험 건수가 가장 많다. R&D 비용도 한미약품, 녹십자, 종근당 등 대형사에 견줄만하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구개발에 1,080억원을 썼다. 매출 대비 13%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 초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2017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D 투자와 제네릭 출시에 승부수를 걸고 있는 대웅제약이 오리지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실적 만회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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