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보험업계에 ‘자본확충’ 붐이 일고 있다.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산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지급여력비율(RBC)이 뚝 떨어진 곳들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현대라이프생명도 그 중 하나다. 만년적자 상황 속에서 자본까지 끌어 모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펼쳐진 상황은 썩 녹록지 않다. 일단 업계에선 지난 1월 취임한 이재원 현대라이생명 대표의 리더십에 기대를 보내고 있다.

◇ 지급여력비율 급추락… 건전성 관리 '비상'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의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해 말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생보사 24곳 중 21곳의 작년말 RBC 비율은 9월 말보다 떨어졌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곳은 현대라이프였다. 현대라이프의 RBC 비율은 작년 9월말 261.6%에서 12월 말 160%로 떨어졌다. 무려 101.6%p가 하락한 셈이다.

이는 당국의 권고치(150% 이상)는 웃도는 수준이지만 업계 평균에서는 하회하는 수치다. 생보사들은 통상 200%를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토록 노력하고 있다. RBC 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는 적기시정조치 등 제재를 받는다. RBC 비율이 100%라면 보험금을 100%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현대라이프 RBC 비율은 2015년 9월말 위험구간인 109.5%까지 추락했다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2015년 12월 대만 푸본생명이 2,2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그해 말에는 189.8% 수준까지 회복했다. 지난해 5월에는 400억대 무보증 후순위사모사채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힘썼다. 하지만 9월말 이후 RBC 비율이 다시 추락하면서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RBC비율의 급격한 악화는 지난해 3분기 채권 계정을 만기보유에서 매도가능 계정으로 대거 돌린 탓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매도가능 계정은 시가 기준, 만기보유는 장부가 기준이다. 시장금리가 하락할 시기엔 매도가능 계정의 평가 가치가 높아져 RBC비율 산정에 유리해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폭이 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현대라이프는 채권에서 대규모 평가손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라이프는 하락한 RBC 비율을 올리기 위해 상반기 내에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 적자 탈출 '아득'… 올해는 성공할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재원 대표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현대라이프의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됐다. 연임 3개월만에 돌연 사임한 이주혁 전 대표의 후임인 만큼 부담은 큰 상황이다. 당시 현대라이프 측은 “영업력을 강화하는 경영 전략 변화에 맞춰 이 전 대표가 용퇴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이 대표는 KB생명 전략총괄 부사장, 삼성화재 글로벌 비즈니스 본부 담당, ING생명 마케팅본부 총괄 책임(부사장)을 거친 영업통이다. 2014년 현대카드로 자리를 옮겨 현대카드‧캐피탈에서 전략기획본부장(상무)을 지낸 뒤 이번에 현대라이프 대표에 올랐다. 이에 따라 실적과 자산건전성 개선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

현대라이프는 몇 년째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적자 폭을 줄이기는 했으나 업황악화 속에 흑자전환의 길을 아득하다. 현대라이프의 당기순손실은 2015년 485억원에서 작년 198억원으로 축소됐다. 이같은 적자 상황에서 건전성 강화라는 무거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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