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중흥건설 본사 전경. <네이버거리뷰캡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견건설사 중흥건설에 이상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매출 5,000억원 시대를 열며 시평순위 30위권 대에 진입, 승승장구 해오던 이 회사의 수익성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 반면, 정창선 회장의 두 아들이 경영하는 계열회사들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아버지와 두 아들의 엇갈린 실적… 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흥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3,8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172억원을 기록한 전년과 비교했을 때 25%가량 감소한 규모다. 영업이익도 줄었다. 2015년 170억원이던 중흥건설의 영업익은 지난해 130억원으로 23% 감소했다.

다만 영업외수익이 늘면서 당기순이익은 증가했다. 특히 계열사에서 얻은 지분법이익에 힘입어 전년보다 210억원 늘어난 558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냈다.

중흥건설의 매출액과 영업익이 모두 두 자릿수로 하락한 건 11년만이다. 2006년 매출과 영업익이 전년대비 각각 23%와 15%가 떨어진 이래 중흥건설의 수익성은 매년 향상됐다. 매출은 해마다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2009년과 2012년에 한 자릿수로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중흥건설 관계자는 “계열사에 일감을 나눠준 데 따른 효과로 그룹 전체의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중흥건설의 핵심 계열사 대부분의 실적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45개 계열사 모두의 수익성이 전년보다 좋아진 것은 아니나, 중흥건설과 더불어 그룹의 중추역할을 하는 계열사들의 선전이 두드려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중흥토건과 시티건설(구 중흥종합건설)이다. 중흥토건의 지난해 매출액은 8,753억원으로 2015년의 6,167억원 보다 42% 증가했다. 영업익 증가폭은 더 컸다. 이 회사는 지난해 678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는데 이는 전년(72억원)보다 무려 841%가 증가한 금액이다.

다만 지분법손실과 특수관계자 사이에서 발생한 이자비용 등 영업외비용이 늘어나 실제 순이익은 전년보다 28%늘어난 2,000억원에 그쳤다.

시티건설의 실적도 눈에 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5,470억원으로 2,721억원을 달성한 2015년의 2배 이상 뛰었다. 영업익은 64% 늘어난 370억원을 달성했으며, 그 결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중흥건설의 130억원을 훌쩍 넘어선 300억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두 회사 모두 정창선 회장의 두 아들이 최대주주라는 것이다. 중흥건설의 2대 주주로 알려진 정 회장의 장남 정원주 사장은 중흥토건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시티건설은 차남인 정원철 사장의 몫이다. 지난해 기존의 중흥종합건설을 버리고 개명한 시티건설은 ‘시티 프라디움’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30%가 넘는 계열회사(비상장회사는 20%)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의 45개 기업집단의 22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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