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비정규직을 분리시키는 총투표를 실시할 방침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기아자동차 노조가 ‘갈라서기’를 강행할 전망이다. 노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내부갈등은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는 오는 27~28일,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투표 안건은 지부 규약 변경이다. 규약 내용 중 ‘조합원 자격’을 ‘기아차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서 ‘기아차(주)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로 변경할지 묻는다. 다시 말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할지, 따로 분리시킬지를 묻는 투표다. 기아차지부는 이달 초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조합원 총투표 실시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내부에서는 물론, 노동계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사자인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드는데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단결 투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도 공식입장을 통해 꾸준히 분리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아차지부는 지난 19일 총투표 실시를 공고하며 ‘강행 모드’를 보이고 있다.

◇ 비정규직 위한 판결이 ‘노-노 갈등’으로?

기아차지부는 현재 금속노조의 ‘1사 1노조’ 원칙을 지키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무직과 생산직, 심지어 구내식당이나 물류업체에 근무하는 이들 모두 한 노조에 속해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을 허물고,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1사 1노조’ 원칙을 규약에 반영했다. 기아차지부는 완성차업체 노조 중 처음으로 ‘1사 1노조’ 원칙을 실현한 곳이다. 2008년 정규직노조가 사내하청노조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힘을 뭉쳤다.

이후 10년간 한 우산을 쓴 기아차지부가 균열의 위기를 맞은 이유는 아이러니하다. 기업들의 꼼수 고용에 철퇴를 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준 ‘불법파견’ 판결이 뜻밖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법원의 잇따른 불법파견 판결로 사내하청 문제에 직면한 기아차는 지난해 10월, 1,000여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는 내용의 합의를 노조와 맺었다. 그러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며 크게 반발했고, 자체적으로 파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결국 이는 그동안 쌓인 노조 내 갈등을 폭발시켰다. 기아차지부는 “1사 1노조 실시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별도 독자파업을 진행하는 등 갈등이 있었다”며 이번 총투표 추진 배경을 밝혔다. 특히 지부가 합의한 ‘비정규직의 일부 정규직 전환’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강하게 비판한 것에 대한 불편함도 나타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독자행동이 지부의 결속이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반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도 모자랄 상황에 오히려 내쫒으려 한다며 반발한다. 일각에선 ‘귀족노조의 이기심’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기아차지부의 이 같은 내부갈등에 노동계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지부의 ‘1사 1노조’ 원칙 실천은 다른 노조에도 귀감이 돼왔다. 현대자동차 노조나 한국지엠 노조 등은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지부 마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리될 경우, 금속노조가 강조하는 원칙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아차지부는 현재 3만1,000여명의 조합원 중 2만8,000여명이 정규직이다. 10년간 함께 써 온 우산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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