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신영호 기자] 지난 24일 일을 마치고 귀가한 직장인 김모 씨는 거실에 놓인 19대 대통령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를 펼쳤다. 김씨는 그간 TV토론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봐왔던 터라, 이날만큼은 군소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읽었다. 김씨는 “과거 공중부양 등 비현실적 공약을 냈던 허경영 씨보다는 덜했지만 이색공약이 많아 재밌게 봤다”고 했다.
김씨가 들여다 본 군소후보들은 모두 9명이다. 조원진 새누리당, 오영국 경제애국당, 장성민 국민대통합당,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김선동 민중연합당, 남재준 통일한국당, 이경희 한국국민당, 윤홍식 홍익당, 김민찬 무소속 후보 등이다.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내세운 조원진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강조했다. 조 후보는 ▲대통령탄핵 주동자 심판 ▲대통령 명예회복과 즉각 석방 ▲불법 편파보도 언론에 강력한 제재를 약속했다. 조 후보는 “부정한 돈 한 푼 받지 않은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은 불법이며 인권유린”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 후보는 다소 과격한 공약을 제시했다. 남 후보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은 최우선적으로 일소 시킬 것”이라며 “국회를 해산 시킨 후 국민들게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다.
한미FTA 반대 의사를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으로 표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던 김선동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급진적 공약을 많이 내놓았다.
김 후보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16세로 인하하고 대학등록금 100만원 상한제를 제시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재벌체제 해체해 노동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정치 분야에선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국민투표제 등 직접정치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오영국 후보는 법을 어긴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 형법의 징역형을 벌금형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1년형을 선고받으면 벌금 1,000만원을 내게 하는 식이다. 다만 살인 등 강력범죄는 제외다. 오 후보는 형 집행 기간 만료 후 3년 이상자의 전과기록은 완적 삭제할 것이라고도 했다. 선거 책자에 담긴 전과기록을 보면, 오 후보는 과거 사기와 폭력 등으로 벌금을 내거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경희 후보는 예비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공약을 만들었다. 이 후보는 “출산 의료비를 모두 국가에서 지원 하겠다”며 셋째 자녀출산 시 5,000만원과 24평 아파트를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무상임대지원하겠다고 했다. 오 후보 공약에 따르면 넷째를 낳으면 1억원의 출산 장려금과 33평 아파트를 지원받을 수 있다.
여의도 정치에 익숙한 이재오 후보의 경우 이색 공약을 내놓은 다른 후보에 비해 점잖은 축에 속한다. 개혁과 행정구역 개편, 정부구조 혁신 등 튀지 않은 공약을 제시한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된다면 1년 안에 나라의 틀만 바꾸고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장성민 후보는 5대 정치개혁 실행을 내걸었다. 국회의원 탄핵제도, 의원 수와 세비를 절반으로 감축, 면책특권 등 모든 특권 폐지, 2년마다 중간평가 실시를 공약했다.
김민찬 후보는 “비무장지대 DMZ에 세계문화예술도시를 건립하겠다”는 대표공약을 제시했고, 윤홍식 후보는 구체적 공약 대신 양심대통령이 되겠다는 규범적 선언에만 그쳤다.
신영호 기자
jibain0125@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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