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선은 국정운영 철학 담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 영역

▲ 실세 총리로 불렸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6월부터 2006년 3월까지 내각을 이끈 이 의원은 역대 국무총리 중 가장 힘이 센 정치인 출신 총리로 손꼽힌다.<뉴시스>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초대 국무총리 인선에 대해 “총리는 대탕평과 국민대통합, 영남이 아닌 분을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비영남 출신을 초대 총리로 발탁하겠다는 것인데, 문재인 후보 자신이 대선 슬로건으로 내건 국민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후보의 말처럼 초대 총리 인사에는 집권 세력의 국정운영 기조와 철학이 담긴다. 그래서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시기의 정국 상황, 대통령 의중, 국무총리 권한이 명시된 헌법, 정치 풍토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검토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이 선택한 첫 총리들을 보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정치문화 속에서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쉽게 말해 손쉬운 통치를 위해 말 잘 듣는 보좌형 혹은 보완형 인물을 총리직에 앉힌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표적 케이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당시 인수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었다. 이를 두고 인수위 안팎에선 ‘2인자를 두지 않는 박근혜 당선인이 고령에다 정치적 야심이 없는 김 전 소장을 선택했다’는 말이 돌았었다. 김 전 소장은 지명 소감에서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는 헌법 조문을 그대로 읽을 만큼, 자기 소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한 후보였다.
 
김 전 소장은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낙마했고, 그 자리를 대신한 사람이 정홍원 전 총리였다. 정 전 총리는 세월호 참사로 총리직을 내려놓기까지 내각 수반으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전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한 전 총리는 2014년 5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리는 이른바 실세가 될 수 없고, 실세가 되어도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총리 역할을 대통령 보좌로 한정한 수반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혁 성향의 참여정부를 불안해하는 보수층의 반발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관료 출신 고건 전 총리를 선택했었다. 직전 국민의 정부에서는 DJP연대에 따라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가 초대 총리직을 가져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호남과 3당 합당의 한 축인 민주정의당을 배려하기 위해 황인성 카드를 선택했었다.
 
19대 대선 이후 새로 들어설 정부를 이끌 첫 총리는 과거와 달리 강한 권한을 쥔 책임총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근혜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각 당의 대선 후보들도 권력분산과 협치를 약속했다는 이유에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누가 대통령이 되건 박근혜 정부와는 반대되는 편향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청와대 비서실보다 내각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의 국정운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아마 실무형보다 정무적인 특히 정치인 그룹에서 총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인 총리 장점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켜줄 뿐 아니라 부담(책임)도 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호 교수는 또 “만약 장관직을 다른 정당과 실질적으로 나누는 경우 총리는 실무형이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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