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후보가 창원 마산시 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유세 후 평화의 소녀상에 묵념을 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뒤에는 김경수 대변인
[시사위크|창원·진주=정계성 기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3일 다시 경남을 찾았다. 지난달 22일 첫 주말유세로 부산·울산·경남을 방문한 이후 약 10여일 만이다. 경남은 이전 선거까지 보수진영 텃밭이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판도가 변하면서 민주당의 최대 전략지역으로 부상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 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적극 어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후보가 집중유세 장소로 선택한 곳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진주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곳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악연이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광역시 승격을 노리는 창원시의 희망을 꺾은 인물이 바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다. 안상수 창원시장과 홍준표 후보의 사이가 같은 당 소속임에도 ‘견원지간’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 문재인 ‘경남 공략해 홍준표에 압도적 우세 굳히기’

▲ 문재인 후보를 보기 위해 마산 오동동 문화광장에 모인 시민들 <정계성 기자>
창원을 홈으로 두고 있는 NC 다이노스 야구팀의 홈구장 건립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홍 후보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50대 남성 강모 씨는 “홍준표가 창원을 못살게군다”고 말했다. 진주는 홍 후보가 도지사 시절 폐원시켰던 공공의료기관 진주의료원이 있던 지역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 지점을 공략했다. 마산 오동동 문화광장 유세에서 문 후보는 “NC다이노스 홈구장 건립을 창원시가 다 준비했는데 홍준표 지사의 반대 때문에 무산됐다.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며 “메이저리그 구장 부럽지 않은 NC다이노스 구장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광역시 승격 문제에 대해서는 “광역시로 승격은 어렵더라도 특례시로 지정해 더 많은 자율권과 자치권을 갖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진주시 대안동 유세에서도 문 후보는 “경남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후보가 있다. 도지사 하면서 하루아침에 아이들 급식을 끊어버렸다. 그나마 있던 진주의료원도 폐쇄해서 우리 도민을 힘들게 만들었다”며 “주민소환, 부정부패, 막말, 색깔론, 여성비하, 거짓말 등 더 말하기도 부끄럽다”고 강조했다. 최근 상승흐름을 탄 홍 후보에 대해, 상대적으로 반감이 큰 이곳 지역을 지렛대 삼아 경남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 된다.

▲ 경남 진주시 대안동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 집중유세 모습 <정계성 기자>
문 후보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 5일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 겪어보지 않았느냐”며 “끝까지 긴장해서 함께 해 달라. (유권자들이) 저를 지켜주셔야 한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민주당 측은 이날 창원 1만, 진주 1만5,000여 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했다. 운집한 인원수를 따지지 않더라도, 지지자들의 열정과 충성도는 피부로 와 닿을 정도였다. 자발적인 문재인 연호는 물론이고, 이상고온과 땡볕에도 자리를 이탈하는 지지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지지의사를 담은 푯말을 준비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널리 알려진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과 투대문(투표하면 대통령은 문재인)부터,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아나문(아빠가 나와도 문재인), 아낙수나문(아빠가 낙선해서 수십번 나와도 문재인) 등 다양했다. 남자친구의 손을 이끌고 유세장에 나온 30대 여성 유권자는 “이미 경남은 디비졌다(뒤바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