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SNS는 인생의 낭비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남긴 유명한 말 중 하나다. 퍼거슨 감독의 이 말은 SNS가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에게 만큼은 결코 ‘낭비’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바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 재벌 3세 CEO, 소비자와 일상적 소통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마트의 새 광고영상을 게재했다. ‘이마트에서 장봐서 밥 먹자’는 내용으로, 흥겨운 음악과 안무가 인상적인 광고영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댓글로 달린 사람들의 반응이다. 음악과 영상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노브랜드 참깨스틱 다시 생산해주세요”, “노브랜드 고르곤졸라 치즈소프트콘 재생산 부탁드려요”, “드라이에이징 티본 가격 좀 조정해주세요. 너무 비싸요”, “피코크 닭갈비 양 너무 적어요”, “노브랜드 영업시간 좀 늘려주시면 안 되나요” 등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요구사항도 찾아볼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홍보물만 올리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더 자주 올라온다. 특히 유머감각이 돋보인다. 자신의 셀카를 공개하기도 하고, 해외업체 관계자와 함께 찍힌 사진에 재밌는 설명을 달기도 한다.

무척 밀접한 소통이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고객의 소리함’을 작성하거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 SNS에 댓글을 남기고 있다. 애초에 어떤 의견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이들도 자연스럽게 정용진 부회장의 게시물을 접한 뒤 문득 떠오른 의견을 전달한다. 덕분에 그냥 넘어갈 법한 고객의 사소한 의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일상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친숙하다. 신세계그룹은 10대 재벌대기업 중 하나다. 정용진 부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외손자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조카다. 이재용 부회장과는 동갑내기 사촌지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속 정용진 부회장의 모습은 멀게만 느껴지는 재벌이 아닌, 보통 사람이다. 소비자와 밀접한 유통업계 특성상 이 같은 친숙함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용진 부회장의 SNS 소통엔 어색함이 없다. 다른 기업이나 경영자는 ‘소통을 위한 소통’에 나섰다가 어색한 이미지만 굳히거나, 홍보에만 열을 올리다 외면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억지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지도, 홍보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

국내 3대 대형마트 중 최고경영자가 고객과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곳은 이마트 뿐이다. 10대 재벌대기업 오너일가 중 SNS를 통해 스스럼없이 소통에 나서고 있는 이들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 한 재계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의 SNS 활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정용진 부회장의 감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한 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적극적인 SNS 활동은 그 효과만큼 리스크도 작지 않다. 언제든 실언 또는 실수를 할 가능성에 노출돼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SNS 소통으로 주목받던 경영인들이 논란에 휩싸여 역풍을 맞는 일이 실제로 종종 벌어지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 역시 과거 SNS로 인해 진땀을 흘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은 아주 이상적이다. 다른 기업이나 재벌들이 본받을만하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모습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보여줄 앞으로의 인스타그램 소통 행보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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