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의 해외 내부거래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10대 그룹의 해외계열사 내부거래 규모가 4년 새 48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국내 계열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해 해외로 일감을 돌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대 그룹의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은 2011년 239조7,000억원에서 2015년 287조6,000억원으로 47조9,000억원(20.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감소했다. 2011년 139조2,000억원에서 2015년 123조원으로 16조2,000억원(11.6%)이 줄었다.

4대 그룹의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을 보면 삼성그룹이 2011년 108조1,000억원에서 2015년 147조1,000억원으로 39조원(36.1%)이 늘어났다. 내부거래 비율은 39.9%에서 54.1%로 14.2%p 높아졌다.

반대로 이 기간 삼성그룹의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35조3,000억원에서 19조6,000억원으로 15조7,000억원(44.4%)이 감소했다. 내부거래 비율도 13.0%에서 7.2%로 5.8%p 낮아졌다.

현대차그룹도 사정은 비슷했다.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이 36조3,000억원에서 47조3,000억원으로 30.5% 늘어난 반면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액은 줄었다. 32조2,000억원에서 30조9,000억원으로 4.2% 낮아졌다. 해외계열사 내부거래 비율도 23.3%에서 27.6%로 높아졌으며, 반대로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율은 20.7%에서 18.0%로 2.7%p 낮아졌다.

SK그룹의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은 30조9,000억원에서 32조원으로 늘었다.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33조9,000억원에서 33조3,000억원으로 1.8% 줄었다.

LG그룹은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이 45조2,000억원에서 46조5,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2.9%)이 늘어난 반면,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15조5,000억원에서 16조8,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8.8%)이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10대 그룹 가운데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이 감소한 곳은 GS그룹과 두산그룹 두 곳 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7조3,000억원과 1조6,000억원이었던 GS그룹과 두산그룹의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은 각각 5조원(40.3%)과 8,000억원(32.7%) 줄었다.

개별 계열사 중에선 삼성전자가 가장 많이 늘어났다. 해외 내부거래액이 2011년 97조3,000억원에서 2015년 115조7,000억원으로 18.9% 증가했다. SK하이닉스 해외 내부거래액도 9조5,000억원에서 17조7천억원으로 85.7% 늘었다.

이외에도 기아자동차가 1조1,000원에서 14조7,000억원으로 32.4%, 현대글로비스가 3조1,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63.3% 늘어났다.

기업들의 해외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3년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던 박민식 의원은 공정위 감사에서 "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국내 계열사에 한정돼 있어 해외 계열사를 규제 회피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특히 조세 회피 논란과 관련해 해외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 내부거래 규모 증가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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