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노조는 사측이 여전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가장 우선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 일자리는 구직자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여야 한다. 신세계는 매년 1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을 약속했고, 지켜나가고 있다. 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장서 나가겠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한 말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이러한 언급은 새 정부의 일자리 문제 해결 노력과 맞물려 호평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마트가 2007년에 5,000여명, 2013년에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점도 다시 널리 알려졌다.

반면, 신세계그룹의 핵심인 이마트 내부에선 조금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이마트의 일자리는 ‘양질’이 아니라는 호소였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첫 번째 행보로 비정규직 문제를 선택했을 만큼 해결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높은 기대만큼 우려 섞인 시선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우려의 목소리는 재계만이 아닌 노동계에서도 나온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착취 형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무늬만 정규직’이 아닌, 진정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마트의 일자리를 둘러싼 노조와 사측의 엇갈린 시선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 고용불안은 해소했지만, 처우개선은 숙제

이마트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전체 직원 수는 2만7,973명이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2만7,583명, 기간제 근로자가 390명으로 나와 있다. 기간제 근로자는 모두 단시간 근로자이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중엔 1,226명이 단시간 근로자다.

이보다 1년 앞선 2015년 사업보고서는 조금 다르다. 우선 전체 직원 수는 3만85명으로 적시돼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2만7,424명, 기간제 근로자가 2,661명이다. 2015년보다 2016년의 인력이 오히려 감소했는데, 그 중 대부분은 기간제 근로자였다.

언뜻 보면 기간제 근로자가 줄어든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자리를 옮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간제 근로자가 줄어든 만큼, 전체 인력도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전에 없던 설명이 붙었다. “인원 변동가능성이 큰 AR 인원은 상기 직원 현황에서 제외하였습니다”라는 설명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비정규직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여주려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여전히 이마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2만7,000여명에 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역시 문제가 많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이들 중 상당수인 2만여명이 일반적인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분류돼 각종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임금으로, 노조는 이들의 올해 월 기본급이 66만2,000원이라고 설명한다.

즉,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대부분의 직원들은 고용안정을 확보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정규직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무기계약직 전환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진전이긴 하지만, 처우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없다”며 “특히 대형마트 업계는 대표적인 여성 일자리라는 측면에서도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일자리에 대한 사측의 시각과 노조 측의 시각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이마트가 실시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과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던 고용안정을 해결했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대로 실질적인 정규직 대우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 짚고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이마트는 2013년 1만여명에 대한 정규직화를 실시했고, 이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다만, 당시 이마트는 정부당국으로부터 광범위한 불법파견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비슷한 시기, 다른 기업이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해 최초로 유죄 판정을 확정 받기도 했다. 100% 선의에 의한 혁신적 변화라기 보단, 더 큰 처벌이나 파문을 피하기 위한 조치에 가까웠다.

아울러 양질의 일자리는 결코 경영진이나 사측의 시혜적 조치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인 직원들의 입장과 의견도 충분히 반영돼야 하고,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노조가 필수적이며, 이미 우리 헌법으로 충분히 보장된 내용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처우개선 문제 역시 노사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마트는 과거 노조탄압으로 처벌까지 받은 바 있다. 노사관계는 여전히 멀리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장서 나가겠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말을 지키기 위해선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