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겸 칼럼니스트
이탈리아의 통일과 번영을 꿈꾸며 새로운 정치사상을 모색한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는 아침에 일어나 일상복 차림으로 아니 허스름한 양복차림(?)으로 매일 관청에 출근했을 것이다. 9급 공무원 정도의 하급공무원이었던 말년의 마키아벨리에게 ‘공무원’은 밤과 휴일에 글을 쓰기 위한 호구지책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군주론을 보면 그가 ‘인민’을 위해서 봉사한 참다운 공무원임을 알 수 있다. 요즘 주변에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잘 수행하면서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등을 통해 국민과 ‘나눔’을 실천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사실 많아진게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제야 ‘고위공무원이나 관료’가 아닌 그들에게도 관심이 가게 된 것은 아닐까?

“나는 시민이 권력의 주체가 되는 공화국을 꿈꾸며 이 책을 썼다네”라는 말은 마키아벨리가 친구 프란체스코 귀차르디니에게 보낸 편지에 적혀 있다. 《군주론》을 쓴 이유가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힌 것이다.

1512년 3월, 피렌체 공화정이 무너지고 두 달 뒤, 오늘날 외교안보수석쯤 되는 제2행정위원회 서기장으로 있던 마키아벨리도 자리에서 해임된다. 이듬해 2월, 마키아벨리는 반(反) 메디치 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되어 투옥되고, 지독한 고문을 당하게 된다. 마키아벨리가 감옥에 있는 동안 받은 ‘스트라파도(strappado)’라는 고문(일명 ‘날개꺾어 거꾸로 매달기’)을 여섯 차례 당하고 살아남았다. 레오 10세 교황이 선출된 뒤 단행된 특별사면으로 출옥된 그가 피렌체 외곽에 은둔하며 1513년에 집필을 마친 《군주론》은 필사본으로 사람들에게 읽히다가 20년이 지난 1532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1559년 교황 파울루스 4세에 의해 교황청의 금서 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의 시대를 예견한 기념비적 저작이며 근대 현실주의 정치사상의 초석을 놓은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꿈꿨던 “시민이 권력의 주체가 되는 공화국”의 조건을 다음의 다섯가지로 논증한다.

“△군주의 권력 기반은 반드시 인민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권력의 안전과 유지를 위해서는 인민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어떠한 군대나 무기도 인민의 호의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권력을 지킬 수 없다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는 인민이 아니라 부자와 귀족(오늘날의 기득권층)이다 △군주(오늘날의 최고권력자)는 철저히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최근 촛불시위와 박근혜의 파면몰락은 소수의 기득권층이 아닌 국민 다수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며, 과거처럼 군대나 경찰조차도 막을 수 없었던 일이다. 마키아벨리는 이 같은 현실을 예견한 근대 정치사상의 최고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 성공회대학 이남석 교수의 『군주론-시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다-』(2017.5.29, 평사리)
실제 번역을 해보면 100여 쪽도 채 안 되는 분량이어서 누구나 한번쯤 완독에 도전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군주론》은 그렇게 쉽게 일반인들의 ‘읽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원문에 대한 충실한 번역뿐 아니라 고대로부터 마키아벨리 당대의 현실에 이르기까지 인물과 사건, 역사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도와 도표, 구조도, 그리고 풍부한 해설이 없으면 안되는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클리어한 책 『군주론-시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다-』(2017.5.29, 평사리)이 성공회대학 이남석 교수의 번역․주해로 새롭게 발행되었다. 그동안 군주론을 접해 보고 싶었던 사람들, 문재인 정부의 상쾌한 출발의 이유를 이 군주론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번역․주해를 맡은 이남석 교수는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사상사와 문화정치론을 강의하고 있다. 《차이의 정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시민불복종》,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책으로 《참여하는 시민 즐거운 정치》, 《알바에게 주는 지침》을 썼고, 《세대문제》, 《페미니즘정치사상사》, 《행정의 공개성과 정치지도자 선출》 등을 번역했다. 십여 년 넘게 매주 토요일 플라톤, 니체, 프로이트 등의 주요 저작을 읽는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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