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창산업의 12살 오너일가는 4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 중이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가 지닌 ‘적폐의 민낯’을 속속들이 보여줬다. 대통령은 무능했고, 그 곁의 참모들은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철저히 탄압했으며,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의 검은 뒷거래까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른바 ‘수저계급론’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불평등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란히 구속된 박근혜와 이재용은 부모로부터 정치적 자산과 경제적 자산을 물려받은 이들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청와대가 집이었던 박근혜와 국내 최고 재벌가의 장남으로 태어난 이재용은 그렇게 일반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계급’으로 자라났고, 상식적인 정의의 틀마저 벗어났다.

뿐만 아니다. 이러한 적폐는 또 다시 대물림되고 있었다. 최고 정치권력의 ‘절친’이자, 최고 경제권력의 지원을 받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다.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라는 글을 SNS에 남겨 커다란 공분을 샀다.

◇ 직원 평균연봉 10년치 = 12살 소년 보유 주식 가치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우리사회 최고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창산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각종 목재를 생산하는 곳이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기업은 아니지만, 1959년에 문을 열었을 만큼 오랜 세월을 자랑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선창산업의 주주명단이다. 선창산업의 최대주주는 정연준 부회장으로, 23.2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친인척과 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46.25%가 된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에는 2006년생, 12살 소년 A군도 등장한다. A군은 현재 4만1,135주를 보유 중인데, 이를 최근 선창산업 주가로 환산하면 약 4억5,000만원에 해당한다.

물론 최대주주 일가의 주식 보유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기업의 경영권을 지키는 일이자, 주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요소기도 하다.

다만, 선창산업 일반직원과 비교해보면 ‘수저계급론’이란 현실이 다시금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선창산업 직원 수는 총 575명이다. 이들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4,500만원이었다. 일반직원들이 꼬박 10년을 쓰지 않고 모아야 모을 수 있는 자금을 A군은 12살의 나이에 주식으로 쥐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같은 미성년자 오너일가의 주식 보유는 자산 및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

A군은 2013년 5,000주를 장내매수하며 처음 주식을 보유했는데, 당시 취득단가는 6,570원이었다. 이후 이 주식을 바탕으로 주식배당을 받았고, 2014년엔 정연준 부회장으로부터 3만주를 증여받았다. 증여가 이뤄진 시점의 주가는 6,600원대였다.

선창산업 주가는 2015년 2만원을 훌쩍 넘길 만큼 크게 올랐다. A군은 지난해 주식배당과 또 다른 오너일가와의 장외거래로 5,984주의 주식을 추가로 확보했다. 장외거래 당시 주가는 1만원대였다. 주식 매수나 증여가 이뤄진 시점이 대부분 주가가 떨어진 시점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증여나 매수를 실시하면 증여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차익 실현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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