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된 김상조 위원장.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정규직 확대 등 새 정부 정책 기조에 걸 맞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 중인 기업들의 입장이 더욱 난처하게 됐다. 재벌 개혁을 진두지휘 할 적임자로 평가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돼서다. 

◇ ‘하도급 갑질’ MCM, ‘내부거래’ 하림… 1순위 후보

김상조 교수가 새 정부 첫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됐다. 13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공정한 경쟁 질서에서 공정한 경제민주주의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김상조 후보자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야당의 불참으로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가 무산되면서 김 위원장의 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가운데,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이 ‘기업 저승사자’ 공정위의 수장에 오르면서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재벌개혁 전문가라 불린 김 위원장 체제 아래서의 공정위 칼날은 더욱 매서워 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9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던 일부 기업들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현재 공정위 첫 조사 대상으로 물망에 오른 기업은 MCM이다. 최근 MCM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성주그룹은 협력업체들로부터 불공정 거래를 일삼았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 당했다. 이들 업체들은 성주그룹이 약속을 어기고 마진 지급 방식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12년간 강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김상조 위원장은 불공정하도급 관행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혀왔던 터라, 갑질 의혹이 제기된 성주그룹를 상대로 한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성주그룹의 김성주 회장이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도 이 같은 예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육계왕국 하림도 공정위 첫 타깃으로 유력한 후보다. 자산총액 10조원 대기업으로 성장한 하림은 내부거래로 회사의 몸집을 불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불거진 편법 승계 의혹은 하림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을 더욱 곱지 않게 만들었다. 지난 2012년 김홍국 회장의 아들 준영 씨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올품을 물려받으면서, 증여세로 100억원만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공정위의 수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가 첫 타깃이 될 공산도 크다. 지난달 2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공정위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골목상권 침해를 일삼는 유통 업체를 향한 자문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칼날이 무뎌진 공정위에 대한 질책과 함께 이한주 경제1분과 위원장은 “가맹과 유통, 대리점 분야의 불공정 행위 및 갑질을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도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김 위원장은 이른바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삼성과 현대, SK, LG 등 4대 그룹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는 뜻을 비친 바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실제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상위그룹에는 규제의 실효성이 별로 없고, 하위그룹에는 과잉규제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4대 그룹을 포함한 최상위 재벌 그룹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절대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첫 공정위 수장에 안게 된 김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