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知之者不如好之者(지지자불호여지자) 好之者不如樂之者(호지자불호여지자)

공자의 논어<옹야편> 18장에 나오는 구절이야. 무슨 뜻인지 알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하지. 그게 무엇이든 지겨운 것은 때려치우고 즐겁게 살아라.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서 명나라 중기 양명학의 대가였던 왕심재(王心齋)<낙학가(樂學歌)>도 덧붙이지. “즐겁지 않으면 배움이 아니고, 배우지 않으면 즐거움도 없다./ 즐거운 연후에야 배운 것이고, 배운 연후에야 즐겁다./ 고로 즐거움이 배움이고, 배움이 곧 즐거움이다./ 아아! 세상의 즐거움 중에서 이 배움만 한 것이 또 있을 것인가.”공부든 일이든 사랑이든 다 즐겁게 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야.
 
내가 사진 공부를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넘었네. 카메라에 관해 아무 것도 몰라 쩔쩔매던 사람이 어느 날 꽤 많은 기술을 요구하는 플래시를 사용해서 찍은 셀프 포트레이트를 보면서 혼자 싱글벙글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게나. 그 사람이 바로 나야.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사진 공부를 하다 보면 읽을 책들도 많네. 사진의 역사나 유명 작가들에 관한 책들을 읽고 정리하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그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해주기도 하지. 사진을 찍는 순간들뿐만 아니라 그런 시간들도 참 즐겁고 행복해.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만 즐겁게 사는 것 같아서 남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야. 그러면서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총체적 인간이 나 같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과대망상에 빠져 보기도 하지.
 
어느 누구도 인간 활동의 한 가지 측면에만 매여 있지 않고 각자 자신이 원하는 어떤 분야에서라도 성취할 수 있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사회가 일반적 생산을 규정함으로써 오늘은 이런 일을 하고 내일은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냥꾼, 고기잡이, 양치기, 비평가가 되지 않고서도 아침에는 사냥, 오후에는 낚시질, 저녁에는 가축을 돌보고 저녁 식사 후에는 비평을 할 수 있다.”
 
대학 다닐 때부터 내 삶의 길잡이로 삼고 있는, 독일이데올로기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일세.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난 누구나 노력하면 총체적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네. 그래서 한 가지 분야밖에 모르는 이른바 전문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 자기가 공부한 분야 외에는 젬병인 사람들을 보면 측은하기까지 해. 왜냐고? 자기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제대로 계발하지도 못한 채 지금의 자기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안타깝게 보여서야.
 
자네 혹시 우리가 이 세상에 인간의 몸을 갖고 오는 게 확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가?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는 이생에 살면서 쌓은 업(카르마)에 따라, 다음 세상에는 천상이나 지옥에 머물 수도 있고,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중 하나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구먼. 그 중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게 가장 좋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다네. 맹귀우목(盲龜遇木)이야. 무슨 뜻이냐고? 우리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가능성은, 작은 구멍이 하나만 뚫린 조그마한 목재가 망망대해에서 떠다니고 있을 때, 백 년에 한 번 물위로 얼굴을 내미는 눈이 먼 거북이 우연히 그 작은 나무 구멍 사이로 머리를 내밀게 되는 확률과 같다는 거야. 이렇게 어렵게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만사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힘들게 왔는데 내가 갖고 있는 잠재력의 극히 일부만 사용하고 간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나?
 
난 지난 3년 동안 사진 공부하면서 마음이 많이 젊어진 것 같아서 좋아. 청바지 차림에 카메라 가방을 메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며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담는 내가 보기 좋거든. 프란츠 카프카였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늙지도 않는다고 말한 사람이. 나이만 젊다고 청춘은 아니야. 음악이든, 그림이든, 꽃이든, 우주든,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든, 애정을 갖고 가까이서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힘이 솟구치네. 그러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젊어지지. 그래서 날마다 사진을 찍으면 늙을 짬이 나지 않아. 철이 없어서 그런지 세상만사 고민할 것도 별로 없고. 이 세상에 배움만 한 즐거움이 없다는 걸 실감하면서 살고 있네.
 
자네도 이제 남은 삶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길 때가 된 것 같네만예순 살이 넘어서도 세상일에 쫓겨 허둥대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네. 물론 그들에게는 내가 철없어 보이겠지만. 심리학자인 칼 융도 말했지.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따라 인생의 오후를 살 수 없다. 아침에는 위대했던 것들이 오후에는 보잘 것 없어지고, 아침에 진리였던 것이 오후에는 거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이미 융이 말한 인생의 오후, 그 중에서도 이미 해가 지고 있는 저녁나절에 접어든 사람들이야. 밤이 올 때까지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그게 뭐든 계속 공부해야 하네. 그래야 정신과 마음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거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꿈꿔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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