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임기 3개월을 남겨둔 상황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1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함께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 3개월을 남겨둔 시점이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김성주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기업(MCM)의 갑질 논란과, ‘박근혜의 여자’라는 ‘친박’ 타이틀에 부담을 느낀 데 따른 결정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 잡음으로 시작, 중도퇴진 불명예

대한적십자사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성주 회장이 임기를 3개월여 남겨두고 사임한다고 발표했다”며 “오는 6월 30일 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성주 회장은 “남북관계의 개선이 절실한 지금 적십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후임 회장이 남북화해와 통일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대한적십자 측은 전했다.

김성주 회장은 지난 2014년 10월 대한적십자사 제28대 총재(현 직함 회장)에 취임했다. 기업인 출신으로는 최초다. 그는 패션잡화 브랜드 MCM으로 유명한 성주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만큼 관심도, 논란도 컸다. 특히 김성주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그의 선임을 두고 정치적 ‘보은 인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튀는 행보’와 잦은 ‘말실수’로 ‘트러블 메이커’라는 별명을 얻었던 인사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과거 5년간 적십자 회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점이 드러나 자격론이 거셌다.

정치권의 반발도 심했지만 김성주 회장은 2014년 9월 중앙위원회 위원 28명의 만장일치로 임기 3년의 28대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선출됐고, 지난 2년9개월여 시간 동안 대한적십자사를 이끌어 왔다. 2015년 10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남측 방문단 1진 단장을 맡아 상봉단을 이끌고 금강산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면서 처지가 달라졌다. 김성주 회장이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만큼 공공기관장 교체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 MCM을 운영 중인 성주디앤디가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지난 3월  하도급업체 4곳이 단가 후려치기와 반품 떠넘기기 등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성주디앤디를 고발한 것. 이 때문에 새 정부 들어 김성주 회장의 성주디앤디는 공정위 주요 타깃이 되리라는 관측은 일찌감치 나왔다. 김상조 신임 공정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대기업 갑질을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이 바뀐 만큼 자리를 지키고 있기 부담스러웠을 것인데다, 문재인 정부가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자사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만큼 ‘중도사퇴’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한편 김성주 회장이 이임한 이후 대한적십자사 회장직은 김선향 현 부회장이 대행한다. 후임 회장은 적십자 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되며, 대한적십자사 명예회장인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 확정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