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현민 행정관이 낸 책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탁 행정관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책에서도 왜곡된 성 의식과 여성관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해냄 출판사>

[시사위크=은진 기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신이 썼던 글에 담긴 여성비하적 표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성평등 정부’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처음 문제가 됐던 책은 탁 행정관이 2007년 낸 <남자마음설명서>였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이왕 입은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마라’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등의 내용이 담겨 여성비하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탁 행정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2007년 제가 썼던 <남자마음설명서>의 글로 불편함을 느끼고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 하지만 사과의 방식이나 내용에 대해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탁 행정관이 이후에도 행정관직을 내려놓지 않고 청와대 의전 관련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분을 샀다.

두 번째 논란을 부른 책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역시 같은 해 출판됐다. 이 책은 탁 행정관을 포함해 콘텐츠 에디터, 기자, 공연기획자 등 문화계 종사자 4명이 성·결혼·연애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대화체 그대로 실은 것이다. 탁 행정관은 여기에서도 왜곡된 성 의식과 여성관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자신의 닉네임은 ‘대놓고나쁜남자’로 설정했다.

탁 행정관은 해당 책에서 자신의 성 경험을 언급하면서 남성들끼리 여성을 “공유”하는 문화에 관해 설명했다. 자신 역시 다른 남성들과 한 여성을 “공유”했다면서 “피임에 신경 썼다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조심했다"고 말했다. 첫 성관계 대상이었다는 중학교 3학년 학생에 대해서 “걘 정말 쿨한 애였다”며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지.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뉴시스>

거듭된 파문을 단순히 ‘과거의 일’로 묻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는 탁 행정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에 입성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이다. 2012년 대선에서 문화계 멘토단의 일원으로 캠프에 합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네팔행에도 동행했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인정받아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탁된 배경에도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을 공약으로 걸었고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던 문 대통령의 진정성에 탁 행정관이 흠집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탁 행정관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동시에 문 대통령도 겨냥한다. 자유한국당은 “탁 행정관 논란에 대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 대통령은 물론, 그동안 여성 문제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여왔던 민주당이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지 지켜볼 일이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이런 사람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두고도 모든 논란과 비판에 귀 막고 입 닫은 문재인 정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즉각 경질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만이 문재인 정권의 품격을 회복하고 분노한 민심을 진정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SNS 상에선 ‘#탁모닝’ ‘#그래서_탁현민은’ 등 탁 행정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도 진행 중이다.

여성계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인사 검증 기준에 성평등 관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성명이 나왔다. 지난달 탁 행정관의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직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 검증 기준에 성평등 관점이 포함되어 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여성을 비하하고 대상화한 인물을 청와대 행정관에 내정한 새 정부의 인사 기준에 강하게 문제제기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해당 성명서에서 “대중에게 유포되고 읽혀질 책에 왜곡된 여성관을 그토록 적나라하게 썼다는 것은 자신의 관점과 영향력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었다는 반증”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부정책의 성주류화 기반구축을 약속했다. 성주류화를 위한 인재 등용은 생물학적 성별보다 성평등 관점이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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