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와 올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제임스김 한국지엠 사장(왼쪽)과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우리말로 ‘2년차 징크스’라고도 불리는 이 단어는 1년차에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이가 2년차 들어 급속히 쇠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야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더 나아가 특정 국가나 기업 등의 행보를 설명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이 ‘서포모어 징크스’가 유독 눈에 띈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나란히 사장 자리에 올랐던 한국지엠 제임스김 사장과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사장이다.

◇ 지난해 기세 높던 두 사장, 올해는?

제임스김 사장과 박동훈 사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합격점을 받았다.

먼저 한국지엠은 스파크의 파격적 할인마케팅과 신형 말리부 출시 등을 통해 내수시장 판매신기록을 세웠다. 3위 자리를 한층 굳건히 다진 한국지엠이다. 비록 ‘두 자릿수 내수시장 점유율’이란 숙원을 또 다시 아쉽게 놓쳤지만, 충분히 성공적인 2016년이었다.

2015년 국내자동차업계 꼴찌로 추락했던 르노삼성은 지난해 박동훈 사장과 함께 분위기를 180도 쇄신했다. 상반기 SM6, 하반기 QM6를 연이어 선보였고,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내수시장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하며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총 판매기록을 남겼다.

특히 두 사람은 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으로 국내자동차업계에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지난해의 기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서포모어 징크스가 자연스레 떠오를 만큼, 1년차와 2년차의 행보가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지엠은 5월까지 내수시장 누적판매실적이 6만1,253대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내수판매 신기록을 세우는데 1등 공신이었던 스파크가 올해는 감소세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모닝을 제치고 처음으로 경차 1위에 등극했던 스파크는 올해 신형 모닝의 등장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 5월까지 내수시장 누적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나 감소했다.

더욱이 한국지엠은 반등을 기대할만한 요소도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추세라면, 내수시장 두 자릿수 점유율 달성은 올해도 난망할 전망이다.

반면, 르노삼성은 5월까지 내수시장 누적판매실적에서 21.4%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르노삼성의 내수시장 누적판매실적이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QM6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해 5월까지 누적판매실적엔 QM6가 빠져있다. QM6의 올해 5월까지 누적판매실적은 1만1,765대다. 이는 르노삼성의 지난해와 올해 누적판매실적 차이(8,743대) 보다 많다.

따라서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누적판매실적 증가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SM6와 QM6 모두 신차효과가 미미해졌다. 쏘나타를 위협하던 SM6의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르노삼성이 다시 꼴찌로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5월 내수시장 판매실적이 9,222대로, 쌍용차(1만238대)에 밀려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월간 내수시장 판매실적 꼴찌다. 5월까지 내수시장 누적판매실적은 4만3,882대로, 쌍용차(4만2,934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쌍용차는 G4 렉스턴을 새로 출시해 판매 호조가 예상되는 반면, 르노삼성은 그런 요소가 없다.

이와 관련해 한 국내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실적엔 일정기간의 모멘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신차를 자주 출시하고, 모든 신차가 성공을 거두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모두 지난해 인상 깊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지난해를 뛰어 넘지 못하거나 다소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올해가 끝나기까지는 절반의 시간이 남아있다. 서포모어 징크스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1년차에 잘하고, 2년차에 더 잘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제임스김 사장과 박동훈 사장이 서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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