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업계에서 각별한 우애를 자랑하고 있는 형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왼쪽)과 동생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건설업계에 형제간 오너 관계로 엮여있는 건설사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자칫 경쟁이 과열돼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될 수 있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들 건설사 오너 대부분은 끈끈한 형제애를 보이며 상부상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형제애로 똘똘 뭉친 6살 터울 건설 CEO

형제기업으로 세간에 가장 널리 알려진 건설사는 반도건설과 아이에스동서다. 경북 의성이 고향인 두 형제는 8남매 가운데 7, 8번째로 태어났다. 터울은 있는 편이다. 권혁운 회장이 해방 1년을 앞둔 1944년 5월 출생이며, 바로 아랫동생인 권혁운 회장은 한국전쟁의 포화속에서 1950년 10월에 태어났다.

나란히 시평 40위권대 중견건설사 CEO가 된 두 형제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동생 권혁운 회장의 형에 대한 존경심은 남다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2015년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권혁운 회장은 “형님은 제 인생 선배이자 스승”이라며 형에 대한 존경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사회의 첫발이자 건설인으로서의 첫발을 형인 권홍사 회장 아래서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혁운 회장은 군 전역 후 바로 권홍사 회장이 운영하던 건설회사에 들어가 건설업에 발을 담갔다. 또한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 1984년 무렵에 권홍사 회장의 반도주택 부사장으로 재직한 경험도 형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된 요인으로 해석된다.

두 건설 CEO의 형제애를 엿볼 수 있는 일화는 또 있다. 지난 연말 치러진 제27대 대한건설협회장에 입후보한 권혁운 회장은 형제애 때문에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23‧24대 협회장을 지낸 형 권홍사 회장의 물밑 지원을 받은 동생 권혁운 회장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소문이 협회 안팎에 나돌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권혁운 회장은 시평 682위의 신한건설 유주현 회장에게 참패했다. 참석 구성원 143명 가운데 권 회장이 얻은 표는 40표에 불과했다. 권 회장으로서는 시평순위가 600위 이상 차이가 나는 건설사 오너에게 패배하는 쓴 맛을 보면서, ‘협회장 자리를 형제끼리 나눠먹는다’는 헛소문에까지 휘말려야했던 것이다.

지난해 시평 22위를 기록한 (주)한양(이기승 회장)의 동생 챙기기도 남다르다. 동생 이우식 회장이 운영하는 한양건설과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남다른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기업의 얼굴이자 정체성이 담긴 브랜드까지 공유하는 사이다. 이기승 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한양수자인’이라는 이름을 동생 이우식 회장도 사용하도록 허가해 왔다.

◇ ‘피는 물보다 진하다’?… 브랜드도 공유한 두 형제

두 형제의 우애는 시장에는 혼란을 가져왔다. 한양건설이 (주)한양의 허락 없이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두 회사가 법정 공방 직전까지 가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입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형에 비해 시공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동생 한양건설이 입주민들에게 시공사의 차이를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으면서 사기 분양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입주 지연으로 논란이 된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가 대표적인 경우다. 시공사인 한양건설은 입주민을 모집하면서 (주)한양과의 차이를 분명히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BI까지 (주)한양의 것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입주민들로부터 ‘사기 분양’이라는 원성을 샀다.

호남을 대표하는 향토기업 중흥건설과 시티건설도 형제 사이다. 동생 정원철 사장은 형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으로부터 독립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지난해 중흥종합건설의 사명을 시티건설로 바꾸고 ‘시티 프라디움’이라는 독자 브랜드로 주택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지난달 작고한 이인구 회장의 동생 이시구 회장은 2014년부터 계룡건설의 자회사인 동성건설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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