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주선(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 특혜 의혹은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에서 ‘핵심 카드’로 제기했던 이슈였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했던 준용씨 동료의 증언 녹취록이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당의 기반까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제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목소리가 양립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총선 리베이트’ 파문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젊은 사회 초년생들이 다른 것도 아닌 대선에서 증거를 조작해 뭔가를 얻어 보겠다는 이런 끔찍한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경악스럽고 기가 막히다”며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정치’를 한다고 출범한 국민의당마저도 그런 범법 행위를 할 수 있느냐는 국민의 지탄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아들 준용씨에게도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며 어제에 이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대선 패배 이후 혁신위원회와 대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겨우 수습을 시작한 시점에서 ‘증언 녹취록 조작’이라는 최악의 파문에 휩싸인 당내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 및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회의장에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리자 당 관계자는 “리베이트 사건 이후 최대 전성기 같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터진 ‘돌발변수’에 차기 당권주자들의 당혹감도 읽힌다. 정동영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선거 운동에서 그런 조작된 자료가 쓰였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작년에도 뜻밖의 (리베이트) 사태로 당이 추락했는데 이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병호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째 이런 일이 있었나 할 정도로 황당했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했다.

 

◇ 박주선·박지원 ‘특검’ 제안… 안철수, 알았나 몰랐나

 

안철수 대선후보를 향한 책임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대선후보와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당 일각에서는 특검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박지원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원에 의해서 조작됐다고 하면 그것도 잘못이지만 문준용씨의 모든 채용비리 자체가 어떻게 됐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가 돼야 하기 때문에 특검으로 가서 국민의혹을,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아들 준용씨에 대해서 명예를 훼손하고 범죄혐의가 있는 것처럼 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미안하다고 했더라도 특혜 채용 부분 전체가 명쾌하게 해결이 됐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선 문 대통령 아들의 특혜 채용 진위 여부가 궁금할 것”이라고 특검 제안에 동조했다.

하지만 당 혁신위가 제동을 걸었다.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특검 주장은 국민들에게 국민의당이 이 문제를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으로 ‘물타기’하는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고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게 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혁신위 의견을 전했다.

국민의당은 특검 여부에 대해 의총에서 논의했지만 “입장정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론지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문준용씨의 입사 특혜 의혹 관련된 일부 증거가 조작됐다는 사실로 인해서 애초에 존재했던 (특혜 의혹)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양쪽 문제를 엄중하게 다루기 위해서 특검이 필요하단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수 있단 반론도 있었다. 당내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한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증언 녹취록을 조작한 당원 이유미씨가 ‘윗선’으로 지목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안 전 대표의 영입 인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핵심은 이유미 당원인데, 그 당원과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어떤 관계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영입한 사람보고 책임을 지라는 것은 너무하다”는 의견이 중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안 전 대표는 대선 당시 당 차원의 ‘문준용 특혜 의혹’ 제기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 전 대표는 당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지원 전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게 무슨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이런 걸 하느냐”고 말했고 박 전 대표는 “저도 잘 모르는 일이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다시 국민 앞에 설 사람인데 아무 말 안 할 수 있겠느냐”며 “명확하게 파악한 후에 얘길 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단 국민의당은 대선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네거티브’ 공세를 벌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선대위에 있었던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이 점잖은 사람이고, 그 분이 믿을만한 사람을 통해서 들었다고 하니까 (김인원 당시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너무 성급하게 믿은 것 아닌가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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