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바른정당에 제안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에 '보수대통합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한국당의 구애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통합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

보수대통합 제안은 한국당 일부 의원들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자신의 SNS을 통해 “통합 없이는 보수의 미래가 없다”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보수대통합만이 보수의 미래 비전을 담고,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첩경”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강한 야당'은 '보수대통합'이 전제돼야 한다"며 "보수대통합이란 대의를 위해 김무성 전 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 지도부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대통합은 바른정당 등 보수 제정파의 공감과 합류 없이 무의미하다”며 “보수 제정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미래비전을 제시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보수의 미래비전 없는 대통합은 한낱 공염불”이라며 “소아적 아집과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보수복원,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장제원 한국당 의원 역시 지난 26일 “보수진영은 궤멸적 상황”이라며 “보수가 지금 해야할 일은 한국당, 바른정당 뿐만 아니라 보수진영의 인재들을 원내·외 총망라해  대통합 굿판을 벌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선배, 원로들의 고함 한 마디에 얌전해 지고 예의 바르게 잘 길들여진 순종적 정치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냥 이대로 간다면 더 초라한 모습으로 (보수정당이) 시들어 버릴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새로운 보수를 이끌 뉴 리더를 키우고 영입하고 발굴하고 수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27일 정우택 대표권한대행은 취임인사 차 한국당을 예방한 이혜훈 대표에게 “언젠가는 큰 바다에서 만나듯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그때가 오기를, 빨리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배석한 김선동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언젠가는 큰 물줄기에서 함께할 수 있길 마음속으로 기대한다”며 한국당과의 통합론을 강조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보수대통합에 발끈

한국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보수대통합에 바른정당이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바른정당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발끈했다. ‘자강론’을 주장한 이혜훈 대표 체제의 지도부가 구성된만큼 연대는 일절 없다는 게 당의 입장이다.

이혜훈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자강론을 앞세우며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정치공학적 보수연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당대표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저희가 본진이 되겠다. 한국당에서도 우리의 가치정치에 같이할 분들은 저희가 모시겠다”면서 자강론을 재차 강조했다.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29일 의원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보수대통합을 주장하는 것을 두고 “꿈깨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색깔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한국당은 반민주정당인 극우정당이고 바른정당은 민주정당인 중도우파다. 반민주와 민주가 하나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바른정당은 극우 반민주 자유한국당 몰아내고 보수의 새 중심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 역시 2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바른정당은 자강론, 실용 민생정당으로 나갈 것”이라며 “보수대통합을 해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말이 안 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자강론을 앞세운 대표가 있는 마당에 한국당이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냐”며 “통합 논의는 전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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