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가 만난 보수성향의 20~30대 청년들은 “보수도 변해야 산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왼쪽 네번째)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청년 지지자들과 함께 청년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4·13 총선에서 뚜렷했던 세대투표 경향은 5·9 대선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20대 중 47.6%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고 단 8.2%만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투표했다. 30대에선 56.9%(문재인 대통령) 대 8.6%(홍준표 후보)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대에선 13.2%, 30대에선 8.9%를 얻었다. ‘보수정당 지지자=노년층’이라는 공식이 더 굳어졌다.

이를 의식한 듯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의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은 “청년이 한국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른정당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혜훈 대표도 청년층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청년층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사위크>가 만난 보수성향의 20~30대 청년들은 “보수도 변해야 산다”고 입을 모았다. “매 선거 때마다 노인정이나 마을회관만 찾는 보수는 자멸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 2030 보수층 “보수정당, 정체성 상실했다”

보수 성향의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의 박성은 회장은 “일반 또래에게 보수를 물으면 기득권, 친일파 이런 이미지만 떠올린다. 그나마 보수정당이 강한 부분이 안보 정도인데, 안보가 보수만 가져야하는 아젠다도 아니다. 보수정당을 대변할만한 아이덴티티가 없는 상황이다”고 보수가 처한 위기를 진단했다.

박 회장은 “자유한국당은 실망스럽고, 바른정당은 의심스럽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정당 역사를 갖고도 정체성이 줏대없이 확실하지 않아 실망스럽다. 바른정당은 말은 보수라고 하는데 안보 빼고 뭐가 보수라는 건지 의심스럽다. 바른정당이 내놓는 경제정책이나 정체성을 보면 보수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경제연구소 ‘자유경제원’ 출신 30대 김모 씨는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보수 적통으로서 정도(正道)를 걷는다면 다시금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현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새누리당 시절에도 당은 하나였지만 행동은 제각각이었다”며 “다행히 생각의 차이를 갖고 있던 이들이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고 했다.

김씨는 “보수는 하나의 생각으로 나가야 한다.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는 ‘지키는 것’”이라며 “바른정당은 시대가 변하기 때문에 보수도 이에 발맞춰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보수가 변해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급진적으로 변할 필요는 없다. 보수는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도 했다.

2030 보수층은 “매 선거 때마다 노인정이나 마을회관만 찾는 보수는 자멸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보수정당이 청년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은 대선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중앙시장에서 어르신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뉴시스>

◇ “사회적 약자 돌보는 보수여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된 보수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은 달랐지만 이들은 “보수가 변해야 한다”는 같은 처방을 내렸다.

박 회장은 “보수보다는 자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체성을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경제적 자유는 자주 말하지만 사회·문화·종교 등 사회 전반적인 것에서 공통적으로 자유를 말해야 젊은 층에 어필이 된다. 보수정당이라고 해서 외국인노동자, 동성애자, 여성, 장애인을 배척하기만 하는 것은 절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전반적인 재무장을 해야 한다. 보수라고 하면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않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어서 이를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금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보수 성향의 한 청년은 “안보 정책은 지금처럼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1·2차 연평해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북한의 지뢰도발 역시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면서도 “경제 정책은 ‘낙수효과’를 주장해왔는데, 지금은 그 정책이 틀린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분배 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무차별적인 퍼주기는 안 된다”며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나 중소기업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집단을 선별해 지원하고 민간부문 일자리를 점차 늘리는 방향으로 법안 개정해 경제가 선순환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도록 자유한국당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청년은 “자유한국당이 청년과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현재의 유권자이자 미래의 유권자인 2030세대와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멸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라고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한번이라도 들어줬으면 좋겠다. 우리 세대가 활동하는 공간인 대학가, 그게 어렵다면 직장인이 많은 동네에 한번이라도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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