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기자실에서 홍준표 신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6개월간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새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한국당은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2차 전당대회를 열고 홍준표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홍준표 신임 대표는 선거인단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5만1,891표를 얻어 1만8,125표에 그친 원유철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신상진 후보는 8914표를 얻었다. 최고위원에는 이철우 후보(3만2,787표), 류여해 후보(2만4,323표), 김태흠 후보(2만4227표), 이재만 후보(2만167표), 이재영 후보(5945표)등 5명이 뽑혔다.

홍준표 대표는 한국당 전대 경선 규칙에 따라 경기 남양주시 시우리에 있는 감자밭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다 전대 결과를 접했다. 홍준표 대표는 “당 대표를 맡겨주신 것에 대해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당이 몰락한 건 자만심 때문이다. 앞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홍준표 체제의 한국당이 지금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과거 수권정당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험난한 터널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보수에 걸맞는 이념과 노선, 그리고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인데, 지금 한국당은 이런 필요충분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당 체질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당 지지율은 대선 이후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고, 특히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독특한 언행에 대한 근본적 불신도 여전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홍준표 지도부에 앞에 놓인 과제는 쉬운 게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신보수라는 가치 안에 콘텐츠를 채워 넣기 전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 건지, 대통령 파면에 대한 당론은 어떤 식으로 정리할 것인지, 친박 계파주의는 어떤 방법으로 청산할 건지가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선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그간 당 안팎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홍준표 지도부가 쇄신과 통합 사이에서 어설프게 봉합한다면 진정성에 의심이 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홍준표 대표는 당선 후 내놓은 기자회견문에서 “한국당은 점진적 변화로는 안 된다. 단칼에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우리 스스로를 혁신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육참골단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친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는데, 홍준표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자꾸 친박 청산 이야기 하는데 선출직 청산은 우리가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청산은)국민이 하는 것이다. 당내 핵심 친박은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신보수에 걸맞은 새 가치를 무엇으로 할 건지도 관심거리다. 적대적 색깔론이 깔려있는 대북관과 대기업 중심의 시장경제론이 수명을 다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홍준표 지도부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현실을 직시할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새롭게 선출된 지도부와 함께 한국당이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고, 국민의당은 “안보팔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우리 정치의 먹구름를 걷고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색깔론과 같은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탈피하고 보수의 가치를 원점에서부터 고민해 달라”고 했다.

홍준표 대표는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온 분들과 보수우파의 대표적인 분들로 이뤄진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혁신위로 하여금 인적혁신 조직혁신 정책혁신을 모두 전권으로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신보수를 상징하는 새 인물에 대한 갈증도 당면한 숙제다. 한국당의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전근대적 동지 의식과 쓴 소리에 인색한 조직 문화는 보수당 입당을 희망하는 예비 정치인들을 질리게 한다. 이날자로 비대위원직을 내려놓은 김성은 비대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비대위 회의에서 “새로 출범하는 지도부는 새 인물을 영입해 놓고 들러리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새 정치인과 새 정당으로 거듭나길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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