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미 동부시간)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불쑥 언급했다.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발전’이라고 명기한 양국정상의 합의문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 ‘이면합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충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합의 내용만 보면 된다. 나머지는 합의 외의 이야기”라며 한미 FTA재협상에 합의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공동기자회견에 엇박자가 난 이유에 대해서는 “전 공동성명 내용에 맞춰 이야기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 합의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FTA 압박하자, 문 대통령 반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권에서 논란은 계속됐다. 심지어 야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대화 주도권을 갖기 위해 경제를 내줬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한미FTA의 재협상을 합의해줬다는 의심에서다. 그러자 3일 청와대 관계자들은 비공개 관례를 깨고 한미FTA가 거론됐던 한미확대정상회의 내용 일부분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참석자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비공개 확대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재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등 일부 품목을 거론, 미국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측을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도 이 자리에서 언급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문 대통령은 정면대응에 나섰다. 한미FTA에 문제가 있다면 실무적으로 논의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양국 공동조사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역제안하기도 했다. 상품수지 측면에서는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지만, 서비스수지·소득수지 등 폭을 넓히면 미국이 일방적인 손해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평택기지 건설과 주한미군 부지 제공 등 동맹국으로서 의무를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후일담을 청와대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수행참모들이 통계에 근거해 설명하고 반박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미국 관계자들도 이해수준을 높였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FTA 재협상, 국익적 차원에서 접근”

한국의 경상수지를 살펴보면, 상품수지에서 흑자를 내지만 서비스수지와 소득수지에서 적자를 보는 구조다. 여기에 미국의 무기수입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FTA가 미국의 일방적인 손해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계=한국은행>

나아가 정부와 민주당은 한미FTA 재협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상호호혜적 입장에서 미국이 한미FTA로 일방적인 손해를 보고 있는 게 아니며, 한국이 LNG 가스 등을 수입한다면 미국 측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상품수지는 119억2,800만 달러 흑자를 올렸다. 철강과 자동차 등 제조업 부문 수출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여객·특허권·유학 등이 포함된 서비스수지는 23억7,600만 달러 적자를 봤고, 투자수지도 50억2,6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미국의 흑자로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통상무역 통계에 ‘무기거래’가 빠져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간 무역격차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의 무기규모는 연간 6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불리할 게 없는 만큼, 국익을 고려한 ‘자주적 외교’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한미 경제 관계를 보면 우리가 110억불씩 흑자를 보고 있지만, 서비스교육이나 투자계정은 미국이 흑자를 보고 있다”며 “총체적 그림으로 봤을 때, 한미 경제 관계에 있어서 미국이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분을 짚고 넘어가면 얼마든지 우리도 당당하게 요구할 거 요구하고 또 줄 거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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