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진행고 있는 인구고령화는 미래 경제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사진은 탑골공원에 나와있는 어르신.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의 인구고령화 현상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30년 뒤 한국경제는 뒷걸음질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6일 안병권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과 김기호·육승환 연구위원이 공동 발표한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를 요약·소개했다.

현재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노령인구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0.73인 총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2050년에는 0.52까지 하락한다. 국내 총인구는 2031년을 기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전쟁·기근 대신 ‘노화’가 주인공인 한국판 묵시록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5년 동안 평균 3.9%를 기록한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9%로 감소한다. 2026년부터 2035년까지는 연평균 0.4%의 초저성장이 예상됐다. 이후 한국경제는 고령인구 비중 증가에 총인구 감소효과까지 겹친 30년대 후반기의 제로성장시대를 지나 50년대에는 드디어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고령화는 우선 노동공급을 감소시킨다. 노령인구의 비중 증가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노동생산성수준 하락을 뜻한다. 시장규모 축소는 투자유인 감소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성장을 위축시킨다. 다수의 해외 연구결과는 국가별 경제성장률 차이를 경제활동인구의 비중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도 유발된다. 인구중심이 고령층으로 이동하면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내구재 소비가 줄고 의료·보건 등 서비스업의 수요가 증가한다. 산업구조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구조적 실업이 발생해 소득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산업에 노동력 부족과 투자 감소가 겹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근로소득이 비교적 어린 연령대부터 감소하고 노령인구의 소비가 감소세를 띄는 소득·소비형태도 고령화의 부정적 효과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낮은 금융소득과 사회보장수준 때문에 은퇴인구의 저축이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며 연금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인플레이션율을 높이기 어려워진다. 저축이 투자를 만성적으로 초과하는 경우 장기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

◇ 여성 경제활동참여 독려·기술혁신 등 국가 차원의 대책 필요

이와 같은 절망적 전망은 경제활동참가율과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현재 추세를 따른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연구진들은 “인구고령화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에 대응한 정책·제도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적절한 인구고령화 대책을 시행해 경제성장률 둔화 추세를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우선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고령인구와 여성을 일터로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현재 도입 중인 65세 정년기준을 5년 연장해 70세 인구까지 경제활동을 지속한다고 가정할 경우 향후 10년 내 평균 경제성장률은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년연장정책의 효과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잠시 늦춰진 기간에만 국한돼 장기적으로는 성장률 제고 능력이 크지 못했다. 또한 거시모형을 활용한 분석에서는 노동생산성 둔화현상이 나타나 효과가 더욱 미미했다.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 참여는 보다 가시적인 개선을 이끌어냈다. 2009년 이후 15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연평균 0.4% 정도 증가해 2015년에는 57.4%를 기록했다. 앞으로 증가율이 소폭 상승해 OECD 평균치인 66.8%(2010~2015년 평균, 15~64세)까지 매년 0.5%씩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30년에도 연평균 0.8%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아이슬란드(83%) 수준까지 증가한다면 연 1% 성장도 가능하다. 높은 교육수준 덕분에 여성인력 확보효과는 비슷한 규모의 해외 노동인력 충원보다 경제성장률 상승효과가 두 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노동생산성 및 총요소생산성 제고가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2046년에 1.2%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생산성을 교육의 질 개선과 4차 산업혁명 등 기술혁신을 통해 현재수준인 2.1%로 유지할 경우 해당년도 예상경제성장률은 기존 -0.1%에서 0.8%로 상향조정됐다.

연구진들은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제활동 참가 독려와 장기적 기술발전 등을 함께 실행해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년연령 확대·여성취업자 증가·노동생산성 유지가 현실화되고 장기적으로 출산율도 증가한다면 30년 뒤에도 1% 초·중반대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개개인의 후생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 연구진들은 “국가 차원에서 인구고령화 종합대책을 세우고 각 부분별 세부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