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일레븐건설'이 1조552억원에 낙찰받은 서울 용인의 유엔사 부지터.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 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자를 뜻하는 디벨로퍼(developer). 건설부동산 시장에서 시행, 시공사 등 다른 사업주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비했던 디벨로퍼의 활약이 두드리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경쟁이 치열했던 서울 ‘금싸라기 땅’ 개발 입찰에서 유력 디벨로퍼들의 낙찰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는 것. 여기에 정부가 도시개발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풀 것으로 전해지면서 디벨로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사통팔달 유엔사 부지 품은 일레븐건설

부동산개발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디벨로퍼는 ‘일레븐건설’이다. 서울 한복판 노른자 땅인 용산 유엔사 부지를 품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레븐건설은 지난달 2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한 유엔사 부지 입찰에서 단독으로 참여해 당초 예정가(8,000억)보다 높은 1조552억원을 써내면서 최종 낙찰자에 선정됐다.

유엔사 전체 부지 5만1,762㎡ 가운데 공원과 녹지, 도로 등 무상공급 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필지를 품에 안은 엘레븐건설은 이곳을 최고급 주거타운으로 탈바꿈 시킨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사후에 들어설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3.3㎡당 1억원 가량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의 배꼽이라 불리는 용산에 위치해 있어 광화문과 종로,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입지 조건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다만 시공은 일레븐건설이 직접 하지 않는다. 일레븐건설 임원은 “분양가에 걸맞는 시공 능력을 가진, 국내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건설사를 시공사를 선정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레븐건설이 시장 가격을 크게 웃도는 낙찰가를 제시한 점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자칫 금융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일레븐건설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842억9,751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275억4,842만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이와 관련 일레븐건설의 임원은 “자사는 대출을 끼지 않고 토지를 전액 회사 자체 자금으로 매입해 분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공사비를 제외한 나머지 개발이익을 그대로 회수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2020년까지 1년 단위로 선보일 용인 수지 상현동 등 3개 사업장에 얻은 분양 자금에 PF를 충당하면 낙찰 금액을 납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도시재생 뉴딜에 50조원 유입… 디벨로퍼 기대감↑

국내 1세대 디벨로퍼인 ‘신영’의 행보도 눈에 띈다. 지난달 29일 신영은 부동산개발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 여의도 MBC 부지개발 경쟁 입찰에서 5개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MBC 부지 개발사업은 1만7,795㎡에 달하는 부지에 총 사업비 약 1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신영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GS건설, NH증권 함께 부지를 상업시설과 주거기능이 결합된 도시재생단지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글로벌 건설부동산 업체들의 참여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일본의 롯본기힐스를 계획한 모리빌딩도시기획이 참가한다. 또한 덴마크의 설계사 어반에이전시, 한국의 기안건축 등이 파트너사로 동참한다.

국내 최대 디벨로퍼 ‘엠디엠’도 서울에 몇 안 남은 대규모 개발지를 사들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구의 동아자동차운전전문학원 부지(3만8186㎡)를 약 3,200억원에 매입했다. 엠디엠은 부지를 700여 가구 규모의 고급 아파트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당분간 이들 디벨로퍼의 개발 소식은 계속해서 전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1호 공약이었던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정부는 향후 5년간 50조원을 풀고 노후화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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