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와 관련해 암초를 만났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의 인수과정에서 암초를 만났다. 단순 투자를 넘어 일정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도시바가 반독점심사의 장기화를 우려해 매각 대상자를 재선정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10일 일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의 반도체 매각관련 최종계약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예정된 시한은 도시바의 주주총회일인 지난달 28일이었지만, 현재까지 체결되지 않은 것. 이는 앞서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할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참여한 한미일 연합은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한 일종의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다른 연합보다 낮은 인수금을 제안했지만, 다양한 장점 덕분에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해석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들은 신규 SPC(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SPC의 지분은 일본정책투자은행과 INCJ가 66.6%, 베인캐피탈이 33.4% 갖기로 했다. 또 도시바와 메모리 사업 경쟁자인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에 일부 자금의 융자 방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키로 했다. 이는 도시바 반도체 기술의 해외유출 우려를 해소하고, 반도체 인수 관련 심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가 도시바에게 전환사채 방식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환사채는 발행 당시엔 일반 회사채 성격을 지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물론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를 행사한다 해도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의결권은 베인케피탈이 보유할 33.4%정도로 추정된다. 도시바 반도체의 경영권은 여전히 일본 내 기관들이 장악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산케이신문은 도시바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SK는 협의 과정에서 향후 베인캐피탈의 의결권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취득 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며 “의결권 33.4%로 중요한 의안에 거부권을 발동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바도 이 같은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사업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빠른 시일 내 반도체 사업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도시바반도체의 잠재적 지분을 확보를 한다면, 세계 각구의 반독점심사가 장기화 될 수 있다.

이에 도시바와 SK하이닉스는 반독점 심사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전환사채의 제한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계약체결이 계속 지체될 경우 협상대상자의 재선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우선협상대상자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도시바가 매각대상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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