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버스 사고는 지난해 7월 17일 발생한 봉평터널 버스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시사위크=서강재 기자] 지난 9일, 또 한 번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버스가 승용차를 덮치는 등 7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한 것이다.

1년 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앞에서도 이와 꼭 닮은 참사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엔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치 데자뷰 같다. 경부고속도로 사고와 봉평터널 사고는 사고 원인과 형태가 하나의 사고처럼 똑같았다. 버스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 버스를 도로 위 살인마로 만들었다.

경부고속도로 사고 이후,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강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버스운전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각종 안전장치 미비 등이 그것이다. 이 역시 데자뷰 같다. 지난해 봉평터널 사고 이후에도 같은 내용의 지적이 쏟아졌다.

봉평터널 사고는 얼마 못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지워졌다. 문제로 지적됐던 것들은 그대로 제자리에 머물렀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결국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은 공허한 반성은 지난 9일 또 하나의 참사를 낳고 말았다.

버스운전기사의 졸음으로 인한 사고는 비단 이 2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덩치가 큰 버스의 특성상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참사를 예방하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버스운전기사가 과도한 운행에 시달리지 않게 하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자동제동장치 등의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용이 다소 들어가긴 하겠지만, 대형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큰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것’이다. 봉평터널 사고로 여름휴가를 떠났던 20대 여성 4명이 숨졌고, 경부고속도로 사고로 석 달 뒤 손자가 태어날 예정이었던 부부가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도 어영부영 잊히고 넘어간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안타까운 희생양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