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회의 문건과 검토자료 관련 브리핑을 했다. 박 대변인이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청와대가 민정비서관실 및 정무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한 다량의 박근혜 정부 시절 문건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적법성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문건 사본을 검찰에 넘긴 것 역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캐비닛 문건’ 파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8일 의원총회에서 “청와대가 생중계 형식으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등 적절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건을 인위적·기획적으로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오늘 중 당 법률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서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위법성이 있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청와대는 여론몰이로 사법 재판에 개입하려는 것을 즉각 중단 하라”고도 했다.

같은 날 국민의당도 “청와대가 모든 문건을 마치 범죄조직의 문건인 것처럼 연일 발표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방송사에 생중계 하도록 유도한 것도 지나친 처사다”(이용호 정책위의장)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남은 서류들을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취지에 맞도록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을 하지 않고 공개하고 재판에 활용하려는 듯한 모습”(주호영 원내대표)이라고 했다.

야당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근거로 들며 청와대가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고 사본을 특검에 넘긴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이다. 등급에 따라 일반·비밀·지정기록물로 나뉜다. 비밀·지정기록물은 최장 30년 동안 공개할 수 없다.

주 원내대표는 “정권이 (임기를) 마칠 때 서류를 없애야 하는지, 남겨둬서 남은 사람들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하는지 이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이다”며 “미비한 것도 많지만 재판이나 정권에 이용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대통령 기록물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청와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대통령이 소신 있게 일 할 수 있게 처신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청와대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전임 정부의 대통령기록물에 대해서는 이관을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임의로 특검에 자료를 주는 것은 법적인 근거에 없는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발견된 문건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아니다”며 “범죄단서로 보이는 내용이 많아 공익적 목적으로 수사를 위해 원본이 아닌 사본을 검찰에 넘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지난 3일 최초로 문건을 발견한 후 대통령기록물 등급 여부를 판단한 결과 “비밀기록물인지 지정기록물인지 분류가 명확하지 않아 공개 및 특검 이관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었다.

민주당은 백혜련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보수야당을 직접 겨냥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조직적인 범죄 기획 및 비리 행위를 추적할 수 있는 문건 공개에 일각에서는 ‘비밀 유출’로 본말을 전도하려고 하고 있다”며 “미처 인멸하지 못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덮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국민들은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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