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대리점주는 방송을 통해 경기도 학교급식 입찰 과정에서 '본사 지점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을 내놨다. < SBS 뉴스 방송화면>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서울우유(서울우유협동조합)’가 ‘우유급식 입찰방해 의혹’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학교 우유급식을 따내기 위해 대리점들을 동원, 입찰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나서다. 현재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대외신인도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우유를 이끌고 있는 송용헌 조합장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 입찰비리 의혹에 빛바랜 80돌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달 초, 한 뉴스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당시 방송은 경기 지역 학교의 우유 급식을 서울우유가 싹쓸이한다는 소문에 대한 추적내용을 담았다.

방송에서는 서울우유가 경기 지역 학교 우유급식 입찰 과정에서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리점 업주들을 동원, 지역과 관계없이 입찰에 참여한 정황을 포착해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경기도 학교 급식의 경우 적정가격 범위에서 무작위로 낙찰가를 정하는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다. 최대한 많은 대리점이 다양한 가격을 써낼수록 특정 업체의 낙찰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방송은 서울우유가 이 점을 악용해 대리점을 최대한 동원한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익명의 대리점주는 “본사 지점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털어놓으면서 파문은 커졌다.

결국 검찰은 서울우유의 학교 우유급식 입찰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건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2부(정진기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최근 서울우유 관계자와 대리점주들을 소환해 본사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협동조합 80년 역사상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송용헌 조합장이 가뜩이나 어려운 대외환경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4월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용암리 서울우유 일반산업단지 부지에서 '양주 통합 신공장 기공식'이 열린 가운데 송용헌 서울우유협동조합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서울우유>

서울우유는 국내 유업계 1위다. 현재까지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우유는 국내 우유 유통시장에서 점유율 36.1%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학교급식 점유율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서울우유가 만들어낸 ‘1위 신화’에 대한 불신의 시선도 높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은 서울우유 창립 80주년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터졌다. 검찰 수사와 여론 눈치에 ‘8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의 기념일은 빛이 바랬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서울우유를 이끌고 있는 송용헌 조합장의 고민도 적잖이 깊어졌다. 송용헌 조합장은 2011년에 이어 2015년 연임에 성공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80년 역사상 연임에 성공한 것은 송용헌 조합장이 유일하다.

송용헌 조합장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우유 판매량 촉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커피(카페)나 조제분유·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활용한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대체 음료의 증가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소비자들의 신뢰와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검찰 ‘학교급식 입찰비리 의혹’ 수사결과에 따라 자칫 서울우유가 쌓아온 신뢰와 명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송용헌 조합장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한편 서울우유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만큼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